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월 인천 중구 대한항공 인천정비격납고에서 열린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언론 공개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조 사장(오른쪽)이 인천 서운동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 남자 프로배구단을 격려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지난 2월 인천 중구 대한항공 인천정비격납고에서 열린 ‘대한항공 보잉 787-9 항공기’ 언론 공개 행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조 사장(오른쪽)이 인천 서운동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 남자 프로배구단을 격려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김포공항에서 근무하는데 메뉴, 반찬 등이 너무 부실합니다. 사내에서 운영하는 식당 수준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방안을 좀 찾아주세요!”

지난달 개설된 대한항공 사내 익명 게시판 ‘소통광장’에 이 같은 글이 올라왔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직원들이 밥을 먹는 김포공항 내 식당을 찾았다. 직접 맛을 본 조 사장은 담당 임원에게 식사 단가를 높이고 급식업체를 바꿔 경쟁을 유도하라고 지시했다.

조원태의 3S가 몰고온 대한항공의 '변화기류'
42세 젊은 기장(機長)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20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조 사장은 ‘소통’을 강조하며 활발한 스킨십 경영을 펼치고 있다. 단기 성과보다는 ‘직원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대한항공 대표사원’임을 자처하고 있다. 한때 ‘땅콩 회항’ 사건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직원들도 경영진에 마음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조 사장의 아버지인 ‘조양호 회장 시대’와 얼마나 달라진 것일까? 조 회장도 아들과 비슷한 나이(43세)에 고(故) 조중훈 회장 밑에서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두 부자(父子)가 같은 행보를 걷는 듯하지만 취임 후 조 사장의 행보는 조 회장과 다르다. 조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엄격한 아버지’에 가깝다면 조 사장은 ‘자상한 어머니’ 쪽이다. 지난 2월 아들 셋과 함께 대한항공 점보스의 배구경기가 펼쳐진 인천 계양체육관을 찾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응원을 펼친 것도 직원들에겐 낯선 광경이었다. 지난 설날 당일에는 예고 없이 인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 승무원 브리핑실을 찾아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휴에도 밤낮없이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이날 조 사장은 직원들과 김치찌개를 먹으며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1월 초에는 그동안 대표이사가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는 조종사노조, 조종사새노조, 일반노조 등 세 곳의 노조 사무실도 방문했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짧은 방문이지만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방문으로 조종사노조는 지난달 24일 예고한 파업을 철회했다. 아직 조종사노조와의 임금협상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원만한 협상 타결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상호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200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그는 경영기획, 자재부, 여객사업본부 등을 두루 거쳤다. 몸소 느낀 것들을 사장직에 오른 뒤 하나씩 실행해 나가고 있다.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기종인 보잉 787-9을 2019년까지 총 10대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 사장은 “과거 여객사업본부장을 지내면서 ‘기름 많이 먹는 비행기’ ‘좌석 수 채우기 힘든 비행기’가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일부 장거리 노선은 손님이 200명에 불과해도 대체 항공기 부재로 400석짜리 항공기를 띄워야 했던 것이 그간의 고민이었다. 이번에 도입하는 기종은 269석 규모의 항공기다. 평소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중시하는 실용적 면모를 엿보게 한다.

임직원은 이제 조 사장이 어느 정도의 경영실적을 끌어낼지 주목하고 있다. 당장 올해 매출 12조원을 넘어서느냐가 관심사다. 대한항공은 2012년(12조3418억원) 이후 12조원 벽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조금씩 오르고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회사 체질도 강해졌다”며 “조 사장 리더십에 대한임직원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어 목표 달성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