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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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분산 투자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ETF는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식과 비슷하고, 지역 자산 업종 스타일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펀드와 비슷하다. 박스권에 갇힌 국내 주식시장보다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한 ETF들에 투자할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를 한층 정밀하게 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주식처럼 사고파는 ETF

ETF는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재테크 상품이다. 수수료도 대부분 투자금의 0.5% 이하여서 2% 안팎인 펀드보다 낮다.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세계 증시에 상장된 ETF는 4500여개, 시가총액은 3150조원을 넘어선다. 지수 하루 변동폭의 세 배만큼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3배 ETF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상품도 즐비하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ETF도 투자군이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국가별 대표지수를 추종하거나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단순한 형태의 ETF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ETF가 잇따라 나왔고, 투자 테마도 다양하다.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ETF 투자자도 늘어나고 있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전체 해외 주식 거래 대금 가운데 해외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3%, 2015년 44%, 지난해엔 50%를 처음으로 넘었다.

국내 상장 ETF나 해외 상장 ETF 투자 방법은 주식과 똑같다. 전문 기관투자가가 아니어도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영업점 전화를 통해 ETF를 사고팔 수 있다. 다만 해외 상장 ETF의 매매 주문은 ETF가 상장돼 있는 해외 거래소의 거래시간에만 가능하다. 투자하기 위해서는 현지 통화를 미리 환전해 둬야 한다. 원화 강세 때는 해외 주식투자가 유리하지만 원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차손을 볼 수 있다.

○4차 산업 ETF에 주목

올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린 ETF 상품은 인도·남미·한국 주가지수 연계 ETF였다. 업종별로는 미국 바이오, 중국 인터넷 등 업종에 두세 배 레버리지로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돋보였다. MSCI인디아 지수 등락률의 세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인 ‘디렉시온 데일리 MSCI인디아 Bull’은 1분기에만 60%의 수익률을 기록해 전체 글로벌 ETF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에 거꾸로 투자하는 ‘역변동성’ ETF 상품도 좋은 성적을 냈다. 1분기 미국 주식시장이 완만한 상승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시장의 변동성은 하락했다. 변동성지수에 반대로 투자하는 상품이 고공비행한 이유다. 지난 1분기 수익률 상위 10개 글로벌 ETF의 평균 수익률은 53%에 달했다. ETF를 잘만 고르면 개별 종목 투자 이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4차 산업혁명 관련 ETF는 여러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하는 유망 ETF다. 박진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장은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며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복수의 ETF만 투자해도 분산과 성장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해외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4차 산업 관련 ETF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등 미국 IT 대형주 73개 종목에 투자하는 ‘XLK US’ ETF 등이 있다.

글로벌 로보틱스(로봇공학)와 인공지능 테마에 투자하는 ETF도 유망하다. 예를 들어 ‘로보 글로벌 로보틱스 앤드 오토메이션 인덱스 ETF’는 글로벌 로봇 및 자동차 기업 지수를 추종한다. 여기에는 대만 하이윈 테크놀로지스, 미국 코그넥스, 일본 하모닉 드라이브 시스템스 등 총 85개 글로벌 기업이 포함돼 있다.

○국내 상장 해외 ETF도 거래량 증가

해외 ETF를 직접 투자하는 게 어렵다면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신흥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지난해 상장된 ‘KINDEX 베트남’ ‘KINDEX 인도네시아’ ‘KINDEX 러시아’ 등은 매월 500억~1000억원 정도가 거래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투자 상품은 연초 이후 두 자릿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해외 ETF를 투자할 땐 수익률 전망뿐 아니라 환율 전망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투자 대상국의 현지 통화로 주식을 사야 하는데 주가가 오르더라도 원화값이 급등할 경우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

■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s. 주식 채권 원자재 통화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특정 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 지수연동형 펀드. 기존 인덱스펀드와 달리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