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아는 맛의 '궁금한 진화'…영업이익률 10%대 포동포동
식음료 회사들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지루한’ 업종으로 꼽힌다. 내수시장 위주라 많은 회사들이 과감한 신규 투자보다 안전한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게 성장하는 회사도 찾기 어렵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5%를 넘기 힘들다. 지난해 매출 상위 30개사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8%였다.

하지만 오리온과 한국야쿠르트, 동서식품은 1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이들 기업은 남들과 뭐가 달랐을까.

◆다들 움츠릴 때가 투자할 때

이미 아는 맛의 '궁금한 진화'…영업이익률 10%대 포동포동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2년 연속 매출 감소에서 벗어났다. 매출 9805억원에 영업이익 1037억원을 올렸다. 8%대였던 영업이익률은 10.5%로 뛰었다. 5년 전부터 이어진 투자가 빛을 본 것이란 평가다. 5년 전 업계에선 온라인 시대에 방문 판매는 ‘구닥다리’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야쿠르트 경영진은 고민했다. 1971년 도입된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미 1만명을 넘어섰다.

경영진은 발상을 바꿨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걸어다니는 편의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유니폼을 산뜻하게 바꾸고 대규모 전동카트에 투자했다. 24시간 냉장시스템, 220L 용량, 시속 8㎞의 카트를 만들어 2015년부터 보급했다. ‘아줌마 찾기 앱’도 개발해 젊은 소비자들과 접점을 넓혔다.

하드웨어를 바꾸자 콘텐츠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해 끼리치즈(2월), 콜드브루(3월), 얼려먹는 야쿠르트(4월) 등의 신제품이 잇따라 나왔다. 냉장 시스템을 갖춘 전동카트가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제품들이다. 3개 제품의 누적 매출 합계만 660억원.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냉장시스템을 갖춘 대용량 전동카트, 물류설비 등에 약 2000억원을 투자했다”고 말했다.

동서식품도 비슷하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규모는 1조원이 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커피전문점들의 공세가 거세졌다. 인스턴트 스틱 커피 시장이 죽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동서식품은 더 과감한 투자를 했다. 부평공장에 원두커피 전용 생산라인을 깔았다. 5년 연구 끝에 2011년 말 스틱형 원두커피 카누를 내놨다. 카누는 한 해 2억잔 이상 팔리는 효자 상품이 됐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5206억원, 영업이익 2109억원으로 식품업계에서 가장 높은 13.7%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 다각화 ‘순항’

오리온은 ‘초코파이’ 회사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오리온은 ‘감자 명가’다. 지난해 국내 매출에서 감자 스낵이 차지한 비중은 26%로, 초코파이(14%)보다 훨씬 높았다. 해외 매출도 초코파이(20%)보다 감자 스낵(34.2%)이 더 많다.

1988년 포카칩을 만들 당시부터 오리온은 강원 평창에 ‘감자연구소’를 세웠다. 제과업계에 감자칩만큼 흔한 아이템도 없었지만 오리온은 원료 차별화에 집중했다. 2000년에는 아예 감자칩 전용 종자인 ‘두백’을 개발했다.

포카칩을 중심으로 스윙칩(1994년), 오!감자(1999년), 무뚝뚝 감자칩(2016년) 등을 줄줄이 개발했다. 지난해 ‘스윙칩’은 중국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오!감자’는 국내외 합쳐 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다른 과자 회사들이 유행을 좇아 이것저것 다각화할 때 잘하는 한 분야에 집중한 게 성공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3.6%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제품 다각화는 한 분야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카누에서 나온 카누라떼, 전동카트에서 파생한 치즈·커피 유통, 감자연구소가 주도하는 감자 스낵 개발 등이 그 예다.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도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다. 동서식품은 전 직원의 40%가 연구소에 근무한다. 야쿠르트는 45년간의 유산균 연구 노하우를 가진 중앙연구소를, 오리온은 30년 된 감자연구소를 보유한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