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영향 분석에 나선 시점은 공교롭게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 시기와 맞물린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2.6%로 올리면서 경기 시각을 ‘신중론’에서 다소 ‘낙관론’으로 바꿨다.
'자신감' 붙은 한국은행, 9월 이후 금리인상 저울질
이런 가운데 금리 인상 파급 효과를 놓고 자본시장연구원과 공동 분석에 들어간 것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선 금리 인상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한은이 자본시장연구원에 제시한 보고서 ‘데드라인’(마감 시점)은 오는 9월이다. 이는 곧 한은이 9월 이후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할 수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분석 결과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9월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

한은이 금리 인상 영향 분석에 나선 배경엔 경기가 생각보다 강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출에서 시작된 온기가 생산, 투자, 소비를 거쳐 고용까지 확산되면서다.

지난해 11월 2.3% 증가세로 돌아선 수출은 지난 3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하며 국내 경기의 우상향을 이끌었다. 반도체 업황 호조로 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재고는 줄고 생산량은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설비투자도 늘었다. 좀체 나아지지 않던 소비심리도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2월 소매판매는 3.2% 증가하며 4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렇게 한국 경제에 ‘훈풍’이 불면서 올해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졌고, 한은도 2014년 4월 이후 3년 만에 ‘국내 실물경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됐다’는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0.1%포인트 올렸다.

◆금리 역전 우려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이 3월16일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한은의 고심은 깊어졌다. “미국 금리 인상 경로와 한국은 다르게 갈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를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지난해 6월 이후 줄곧 연 1.25%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는 현재 0.25~0.50%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미국이 앞으로 금리를 두 차례 0.25%포인트 더 올리면 올 하반기에는 한국보다 높아진다. 달러화 강세 기조 속에 내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채권 투자 자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 불안이 실물로 전이돼 경기 회복세를 차단할 우려도 있다.

◆가계부채 ‘발목’

그렇다고 금리를 마냥 올릴 형편도 아니다. 금리 인상으로 빚이 많은 한계가구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지난해 말 기준 135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은행 리스크(위험) 확대와 주택가격 하락도 우려 요인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은 9조원가량 늘어난다. 이 때문에 미국 금리 인상 속도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과 가계부채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예상보다 경제지표가 나아졌을 뿐이지 본격적인 회복세라는 판단에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고 한·미 정책금리 간 격차가 곧바로 자본 유출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일단 한은이 통화 완화 기조 유지를 밝힌 상태라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선다기보다 연말 이후 금리 인상을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