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성동에 있는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직원들. 이 연구소는 한화케미칼의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제공
대전 신성동에 있는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직원들. 이 연구소는 한화케미칼의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제공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연구 조직을 강화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 기업뿐 아니라 기업과 거래하는 B2B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범용 제품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잠식당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따라올 수 없는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위한 투자 주력

포스코는 월드프리미엄(WP) 제품 판매 확대를 통해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 특히 비철강사업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2011년 천연 흑연계 음극재 사업에 진출해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최근 전기자동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중대형 2차전지 수요가 급속히 확대되는 음극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R&D와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비 3조5000억원 중 4000억원은 리튬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에 투입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정철영 서울대 농생대 학장이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협약서를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LG화학  제공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오른쪽)과 정철영 서울대 농생대 학장이 공동연구 확대를 위한 협약서를 교환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LG화학 제공
효성은 포스텍과 함께 산학일체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10일 열린 개소식에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왼쪽 여섯 번째)과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일곱 번째) 등이 참석했다. 효성  제공
효성은 포스텍과 함께 산학일체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10일 열린 개소식에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왼쪽 여섯 번째)과 조현상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일곱 번째) 등이 참석했다. 효성 제공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는 지난해 고부가 제품인 염소화 폴리염화비닐(CPVC)과 ‘꿈의 촉매’로 불리는 하이브리드 메탈로센 촉매로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 CPVC는 범용 제품인 폴리염화비닐(PVC)보다 한 단계 진화한 제품이다. 일반 PVC보다 가격도 두 배 가까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케미칼은 4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2015년 말 이 기술을 독자 개발했다. 국내 최초, 세계 다섯 번째 독자 개발이다.

GS칼텍스는 외부 환경변화에 따른 손익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GS칼텍스 기술연구소는 바이오케미칼 분야 제품 상업화를 위한 기술을 검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바이오케미칼은 바이오매스(발효나 열분해를 통해 전기나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식물)에서 나온 당을 발효시켜 생산하는 화학제품이다. 화장품·헬스케어·농약 관련 연구 등에 활용되는 제품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4개의 독립법인 출범과 함께 2021년까지 기술 개발에 3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을 1만명 확보하는 등 ‘기술, 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발표했다. 재도약을 위해서는 친환경 선박 및 스마트십 개발 등 기술 확보가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하게 하라"…R&D 투자 늘려 기술혁신
R&D 위해 ‘산학 협력’ 나선다

산학 협력 바람도 불고 있다. R&D와 우수 인재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다. LG화학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와 손잡고 종자, 작물보호제 등 그린 바이오 분야 기술 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50억원을 투자한다. 효성은 지난 10일 포스텍과 산학일체연구센터를 출범하고 타이어 보강재 스틸코드 분야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 과제를 수행한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1일 서울대와 함께 ‘신기술 연구소’를 설립해 특화제품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 육성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오는 5월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운영할 계획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특화제품 소재 및 촉매 개발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침체기의 R&D 투자는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향후 호황기에 경쟁 기업보다 앞설 수 있는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R&D에서 나온 결과물은 해당 분야에만 혜택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인접한 다른 분야에도 동반 시너지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