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퀀텀닷을 활용해 화질과 수명을 끌어올린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퀀텀닷을 활용해 화질과 수명을 끌어올린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에어컨은 시원해서 좋은데 찬바람이 싫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찬바람을 느끼지 못하면서 차가운 기운을 전달할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출발점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무풍 에어컨(Q9500)’은 “찬바람이 더위를 가시게 한다”는 에어컨의 고정관념을 깨뜨린 신제품이다. 에어컨 탄생 114년 만의 혁신이었다. 혁신은 소비자의 조그마한 편의를 배려하는 데서 시작됐다. 한여름에 에어컨에 장시간 노출돼 냉방병으로 고생하는 소비자들에게 ‘찬바람’을 없애 준 것이다.

모바일 최저가 검색에 익숙한 소비자들도 혁신적인 제품엔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소비자를 배려한 기술 혁신이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이런 제품이 다시 충성도 있는 소비자를 이끌어 오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윤부근 삼성전자 사장)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최고급 냉장고인 ‘셰프컬렉션’은 가격이 800만원대로 다른 회사의 동급 냉장고보다 2~4배가량 비싸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셰프컬렉션을 사는 것은 육류와 생선 등 직접 먹는 식자재를 최상의 상태로 신선하게 보관하는 냉장고 본연의 기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셰프컬렉션은 냉장·냉동실의 온도 편차가 ±0.5도에 그친다. 다른 회사 제품(±1.5도)의 3분의 1 수준이다. 냉장고 문이 열리고 닫힐 땐 냉장고 윗부분에서 찬바람이 나와 외부 공기를 차단한다. 식재료를 최대한 신선하게 유지하는 기술이다. 전문적인 요리 지식을 가진 셰프(요리사)들의 의견을 상품 기획 단계에서 반영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세탁기도 혁신의 결과물이다. 2015년 애벌 손빨래와 본세탁을 한자리에서 할 수 있는 ‘액티브 워시’를 출시했고 2016년엔 세탁 중에 빨래와 세제를 자유롭게 넣을 수 있는 드럼세탁기 ‘애드워시’를 선보였다. 올 들어서는 드럼세탁기와 일반세탁기를 결합한 플렉스워시를 내놨다. 대당 200만원 이상으로 고가 세탁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다.

장기적인 안목의 연구개발(R&D)이 프리미엄 제품을 쏟아내는 원동력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월 상용화한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는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인 퀀텀닷이라는 신소재를 패널 소재로 활용해 TV의 화질과 수명이 크게 개선됐다. 2001년 삼성종합기술연구원에서 퀀텀닷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지 17년 만의 성과물이다. 이런 혁신들은 후발주자들이 삼성을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한다. 삼성전자의 ‘엣지 디스플레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갤럭시노트4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는데 출시 3년이 다 되도록 경쟁사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기술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갤럭시S8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비서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미국의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비브랩스가 주도적으로 개발했다. 갤럭시 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홍채 인식, 간편 결제 기능(삼성페이) 등의 혁신도 M&A를 통해 적시에 필요 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