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북핵, 미사일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감이 수많은 전쟁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있다.

월가의 투자전문지 배런스 등에 따르면 구글에서는 ‘제3차 세계대전’의 검색건수가 2004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관련 검색어로 ‘시리아 전쟁’ ‘트럼프 제3차 세계대전’ 등도 검색 횟수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히 ‘전쟁 발발’을 검색한 네티즌 숫자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3년 8~9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당시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공격을 검토중이었다.

전문가들은 구글트렌드가 보여주는 글로벌 전쟁에 대한 공포는 시리아와 한반도 지역에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며 이와 관련된 각종 ‘설(說)’과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에 급속도로 확산된 ‘4월 27일 미국의 북폭설’도 이중 하나다. “미국이 4월27일 그믐을 맞아 스텔스기를 보내 북한을 폭격한다”는 이 시나리오는 일본의 한 온라인 매체가 처음 소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이 27일 초승달 부근의 어두운 밤을 틈타 북한을 공습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약점인 티베트나 신장위구르 문제를 눈감아주고, 대신 북폭을 용인 받았다는 해석도 나돈다. 정부와 군당국은 이를 유언비어라고 일축했다.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기가 굳이 어두운 날을 택해서 공격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뒤따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에 대한 지상 침공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러시아간의 예기치 못한 긴장고조가 대규모 전쟁발발로 이어질 것이라는 루머 수준의 설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이 아닌 중국의 북한 핵시설 폭격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중국 군당국이 북한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경우 주요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에 대한 직접 타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월가는 이같은 공포심리에 대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에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단적인 예로 뉴욕증시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지난해 11월 미 대선 결과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시장혼란이 극심하던 때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을 하루 앞둔 11월 7일 변동성 지수는 18.7이었지만 한반도 전쟁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14일은 15.9였다.

월가의 한 투자분석가는 “지난달 이후 뉴욕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주 본격화되는 S&P500 대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누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주에는 골드만삭스와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모건스탠리 등 월가를 대표하는 대형 금융회사를 비롯해 IBM, 존슨앤존슨, GE, 퀄컴, 버라이즌, 이베이 등 S&P500 대기업들이 대거 실적발표에 나선다. 블룸버그통신은 팩트셋 자료를 인용, 1분기 미국 기업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약 9%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