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테슬라 신화 창조의 비결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약진이 눈부시다. 지난 3일 114년 역사의 포드 자동차 시가총액을 추월하더니 10일에는 509억달러의 시가총액으로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GM을 따라잡았다. 전기차가 21세기 자동차산업 대세라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주가의 고공행진을 견인했다.

2003년 전기공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따서 창업한 테슬라는 혁신적 기업인 엘론 머스크의 비전과 상상력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다. 그동안 로드스타, 모델 S, 모델 X 등 세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7만6000대를 판매해 매출 70억달러에 7억73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소위 화제주 반열에 들어선 것이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컬럼비아대 브루스 그린월드 교수는 투자가들은 향후 시장을 테슬라가 주도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주가 상승을 받아들인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유통 거인 아마존이나 소셜미디어 스타 스냅챗처럼 영업이익 같은 경영지표와 상관없이 회사 미래를 보고 높은 주가에 베팅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배런캐피털의 론 배런 대표는 회사 주가가 2020년까지 4배 상승하고 2025년까지 다시 3배 상승해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GM은 25만6000대, 포드는 23만4000대를 팔았지만 테슬라는 4000대에 불과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한 생산 대수가 아니라 회사의 성장과 전망이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2만5000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이제는 더 이상 신생 벤처기업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생산 규모에 거의 접근했다. 무엇보다도 차 한 대당 마진율이 20% 이상으로 산업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일단 적정 생산 대수에 이르게 되면 높은 이윤 창출이 가능해진다.

창업 초기는 험난한 가시밭길이었다. 첫 차종인 로드스타가 출시됐지만 2008년 불과 1500대 판매에 그쳤다. 연방정부의 첨단기술자동차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 덕분에 4억6500만달러를 지원받은 것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캘리포니아주 프레몬트에 공장을 짓고 모델 S를 출시해 15만대를 판매함으로써 성장의 기틀을 구축했다.

여름에 출시 예정인 저가의 ‘모델 3’에 대한 시장 기대치도 높다. 안전도를 크게 높인 신 모델 판매로 전기차의 대중화에 한발 다가섰다. 3만5000달러의 합리적 가격에다 7500달러에 달하는 세액공제 혜택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뜨겁다. 주목할 점은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첨단의 태양광과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향후 태양광과 배터리가 주도하는 미래형 전력망산업을 재창조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자율 주행기술 분야에서도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속적인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 왔다. 이를 통해 GM의 볼트, 포드의 포커스 등 경쟁 기업을 능가하는 전기차를 선제적으로 출시해 시장 판도를 주도해 왔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텐센트로부터 18억달러 자본을 유치해 모델 3의 생산 확충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올 4분기에 주(週)당 5000대, 내년에는 주당 1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 뒤에는 최고경영자 머스크가 있다. 그는 비전과 카리스마를 갖춘 경영자다. 주력 자동차업체가 전기차에 회의적일 때도 좌고우면하지 않았다. 경쟁업체가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추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그의 계산이 주효했다. 많은 사람이 그의 미래 비전에 공감했다. 무엇보다도 돌직구 스타일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미래를 역설하는 그에게 열광했다. 테슬라의 재무제표가 아니라 성공 스토리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끊임없는 혁신 노력이 최고의 기업을 만들었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열정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공감 능력이 뛰어났다. 끊임없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감성 경영, 최고만을 고집하는 장인 정신이 어우러져 테슬라 신화를 창조한 것이다.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