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강남권에서 매입할 빌딩을 찾던 A씨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덕을 톡톡히 봤다. 여러 곳 발품을 팔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매물을 보고, 그중 70억원대로 시장에 나온 한 빌딩을 골랐다. 앱으로 실거래가 정보를 찾아 이 빌딩 바로 옆 건물이 최근 얼마에 팔렸는지 알아냈다. 이 정보를 토대로 협상에 나서 64억5000만원에 거래를 성사시켰다.
매물 찾고 거래까지…이젠 '터치'로 다 한다
부동산시장에서도 모바일 앱이 대세가 되고 있다. 앱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부동산·인테리어 분야 상위 10개 앱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100만3200여명에서 지난달 310만4700여명으로 3개월간 세 배 이상으로 뛰었다. 젊은 층만 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용자 중 약 36%가 투자 여력이 높은 40~50대다.

요즘 부동산 앱은 매물을 나열해 보여주는 기존의 단순 중개형 앱에서 한층 진화했다. 주변 지역 실거래가부터 아파트 일조권과 학군, 1시간 이내 출퇴근 경로까지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부동산다이어트’ 앱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정보를 다룬다. 실거래가 추이 그래프, 거주자 리뷰 등을 보여준다. 학군 내 학교마다 서울대 수시·정시 합격자 수를 조사한 학군 정보까지 알려준다. 앱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역 아파트 거래량과 실거래가 순위 등을 알려준다. 3차원(3D) 그래픽 지도 기능으로 수요자가 건물 일조권과 조망권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매물 찾고 거래까지…이젠 '터치'로 다 한다
‘호갱노노’(사진)는 실거래 가격부터 학군 특징, 근처 편의시설, 기업 밀집지까지의 출퇴근 소요 시간 등 실생활에 밀접한 부동산 정보를 서비스하는 앱이다. 전세 거주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근저당권 설정과 대출 변동사항 등을 즉각 알려주는 알리미 서비스를 운영한다.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전세물량이 언제쯤 많이 나올지 예측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문가 수준의 도움을 주는 앱 역시 인기다. ‘빌사남’은 중소형 빌딩만 전문으로 다룬다. 실거래가와 공시지가 열람, 용도지역에 따른 매물분석 등을 서비스한다. 연예인이 건물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가격이 확 뛴 이야기 등 중소형 빌딩 투자 성공사례도 소개한다. 앱 ‘부동산계산기’는 부동산중개업자와 대출상담사를 통하지 않고도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앱을 쓰면 증여세와 취득세, 중개수수료,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월 납입금 등을 곧바로 알 수 있다.

주택 내부를 파악하게 해주는 인테리어 앱의 수요도 높다. ‘어반베이스’ 앱은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했다. 평면 설계도면을 스캔해 2~3초 만에 3차원 VR 공간을 구현해준다. 이 공간에 이용자가 가구를 미리 배치해보고, 리모델링을 어떻게 할지 구상할 수 있다. 이 앱은 현재까지 전국 아파트 단지 중 20%가량의 설계도를 확보했다. 올해 안에 설계도 자료를 전국 80%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시중은행도 부동산 앱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6월, 국민은행은 7월 중 종합형 부동산 플랫폼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매물 정보부터 임대 수요와 상권 분석 등 기존 오프라인 은행이 제공해온 투자자문 서비스까지 아우른다는 계획이다.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은 “부동산 서비스를 전방위로 다루는 모바일 앱이 필요하다”며 앱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앱 인기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반인이 부동산 투자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준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앱은 부동산 투자를 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고 전문가를 찾아야만 한다는 심리적 진입장벽을 확 낮춰준다”며 “앱이 현장과 전문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부동산거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