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과 러시앤캐시(법인명 아프로파이낸셜대부), OK캐피탈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이베스트투자증권(옛 이트레이드증권)을 인수한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을 통과하면 대부업체를 기반으로 한 제2금융권 회사가 국내 증권사를 사들이는 첫 사례가 된다.
러시앤캐시, 이베스트투자증권 품는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S네트웍스는 이날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선정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대주주인 LS네트웍스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올해 초부터 매각을 추진해 왔다. 매각 대상은 LS네트웍스가 출자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G&A의 이베스트투자증권 지분 84.58%다. 지난 10일 본입찰에 아프로서비스그룹을 포함해 신생 PEF 운용사인 웨일인베스트먼트, 케이프투자증권(옛 LIG투자증권), 중국계 금융회사 등 네 곳 이상이 참여했다. 매각자 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경쟁호가 입찰(프로그레시브 딜)을 진행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아프로서비스그룹을 선택했다. 매각 가격은 3000억원 중반으로 알려졌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은 종합금융그룹 숙원을 이루기 위해 증권업 진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국내 1위 대부업체인 러시앤캐시와 업계 2위 저축은행인 OK저축은행, OK캐피탈 등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2015년엔 LIG투자증권, 2016년엔 리딩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다.

최 회장은 러시앤캐시를 필두로 저축은행(예주·예나래저축은행)과 캐피털(한국씨티그룹캐피탈)사를 잇따라 인수했다. 이번 이베스트증권 인수에 성공할 경우 2002년 대부업체 원캐싱을 출범하면서 한국에서 금융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저축은행, 캐피털, 증권사까지 아우르는 종합서비스그룹을 꾸리게 된다.

최종 관문은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다. 아프로서비스그룹은 ‘대부업체’라는 꼬리표 탓에 2008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으나 당국 승인 문제 등으로 아홉 차례나 좌절을 맛봤다. 증권업은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 심사가 더 깐깐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아프로서비스그룹이 감독당국에 2024년까지 대부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도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는 평가다. 매각주관사 관계자는 “아프로서비스그룹이 대부업 포기를 선언한 만큼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S네트웍스는 이번 매각으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부담을 덜 전망이다. 그동안 LS네트웍스가 G&A를 통해 이베스트투자증권에 투자한 금액은 4700억원에 달한다. 매각으로 3000억원대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지만 투자 손실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기준으로 이베스트투자증권 매각 대상 지분 가치가 3100억원임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인수 후보가 다수 뛰어들어 인수전이 가열되면서 비교적 좋은 가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소람/이지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