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들이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로 올해까지 12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숫자 ‘12’ 모양의 풍선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직원들이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로 올해까지 12년 연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숫자 ‘12’ 모양의 풍선을 들고 있다.
“TV 업계에 수십년간 몸담았지만 그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만면에 화색을 띠며 말했다. 유럽의 대표적 오디오·비디오(AV) 전문지인 독일 비데오가 지난 6일 발간된 5월호에서 삼성전자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 TV에 ‘최고 제품’과 ‘혁신 제품’ ‘주목할 제품’까지 3개 부문에 걸쳐 상을 준 것에 대해서다. 최고 제품은 TV만 두고 시상하지만 나머지 두 상은 전체 AV 제품 중에서 뽑는다. TV 제품 중 3개 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QLED TV가 처음이다. 한국에 이와 같은 상의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 같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QLED TV는 단순히 화질만 뛰어난 제품이 아니다. TV 화면부터 리모컨, TV 연결 케이블까지 하나하나 세심한 손길을 기울인 제품이다. “QLED TV는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화질은 물론 스마트 기능,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제품”(김문수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이라는 설명을 과장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TV의 본질, 고민해보니…

QLED TV 출시 행사가 열린 지난달 11일.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또 화질 이야기만 하루 종일 하고 가겠구나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얘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화질의 우수성만 강조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부분의 TV 신제품 출시 행사를 꼬집은 것이다. 실제로 35분간의 QLED TV 제품 소개에서 화질에 대한 설명은 10분가량에 그쳤다. 나머지 시간은 QLED TV의 디자인이 주변에 얼마나 쉽게 녹아드는지, 얼마나 간편하게 설치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QLED TV에 담고자 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과거 TV는 세상과 나를 연결해 주는 유일한 디바이스였지만 모바일과 PC 등이 등장하며 중요성이 퇴색되고 있다”며 “TV만의 가치를 다시 복원하기 위한 비전으로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 everywhere)’라고 정립했으며 그 첫 번째 작품이 QLED TV”라고 설명했다.

일반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평균 4시간이다. 스크린 에브리웨어는 TV가 꺼져 있는 20시간에도 TV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QLED TV에서는 TV 방송사가 제작하는 콘텐츠 이외에 음악과 동영상 등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통해 즐기는 것이 아니라 TV의 대화면으로 언제든 손쉽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실내 공간 어디에 놓더라도 TV가 자연스럽게 조화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의식이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3년간의 노력 끝에 TV에 연결된 각종 복잡한 케이블을 투명한 선 하나에 통합한 지름 1.8㎜의 투명 광케이블을 QLED TV에 적용했다.

◆100% 우리 기술

10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한 입자인 퀀텀닷을 메탈 소재로 둘러싼 QLED TV 화면은 화질면에서도 최정상급을 자랑한다. 밝기가 높아지는 만큼 선명도가 흐려지는 다른 TV와 달리 시중에 나와 있는 TV 중 가장 밝으면서도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다. 비데오가 “QLED TV는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하는 하이다이내믹레인지(HDR) TV의 모범”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이 같은 QLED TV의 화질은 2001년부터 꾸준히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개발해 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퀀텀닷 기술과 관련해 1인당 최대 150여개의 특허(미국 등록 기준)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흉내낼 수 없는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TV 양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열에 취약한 퀀텀닷을 TV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가 빚어졌다. 밤새워 화면에 퀀텀닷을 부착하고 TV를 가동했더니 한 시간 만에 퀀텀닷 입자가 사라지기도 했다. 몇 개월의 회의 끝에 유리 튜브 안에 퀀텀닷을 넣어 보호하기도 했지만, 1주일을 버티는 데 그쳤다. 결국 TV 백라이트가 발산하는 열에서 멀리 떨어뜨리기로 하고 퀀텀닷 소재가 들어가는 박막필름을 만들어 삽입하는 데 이르렀다.

퀀텀닷을 필름에 일정한 크기로 코팅하는 것도 난제였다. 두께가 머리카락의 30분의 1에 불과한 필름에 ㎚ 단위의 퀀텀닷을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수분과 산소가 있는 곳에서는 코팅이 어려워 “우주에 가서나 생산하지 않겠나”는 푸념까지 나왔다. 몇 개월의 실패 끝에 기술진은 투명한 도장으로 균일한 패턴을 찍는 방식을 도입해 성공했다.

마지막에는 퀀텀닷에 포함된 카드뮴의 환경 오염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삼성전자 연구원들은 원점부터 다시 연구개발해 1년 만에 카드뮴을 뺀 친환경 퀀텀닷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유럽 등지의 선진 화학회사들도 깜짝 놀란 속도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과제들을 하나씩 전력을 다해 정복하다 보니 QLED TV 개발까지 이르게 됐다”며 “원천 기술부터 축적한 만큼 앞으로 더 빨리 앞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