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마티네’ 무대에 오른 ‘라 보엠’. 매회 객석의 95% 이상이 찬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마티네’ 무대에 오른 ‘라 보엠’. 매회 객석의 95% 이상이 찬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피가로는 수잔나를 순간 의심합니다. 아~ 믿음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여라.”

이건용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의 익살맞은 해설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객석은 머리가 희끗한 60~70대부터 주부, 대학생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꽉 찼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종이에 꼼꼼히 받아 적는 관객도 있었다. 지난 11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오페라 마티네’ 공연장 모습이다. 해설과 함께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주요 장면이 1시간30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소개됐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유명 스타가 오지 않는 이상 오페라와 클래식 공연은 자리를 전부 채우기 힘든데, 이달과 다음달 마티네 공연은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심만 저렴하게”

'마티네 콘서트' 열풍…11시 마법의 선율에 빠져볼까
오전 11시께 열리는 ‘마티네’ 콘서트가 인기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서울과 수도권을 대표하는 여섯 공연장에서 열리는 각양각색의 마티네 공연에 관객들이 몰리고 있다. 오전이나 낮에 열리는 공연을 뜻하는 마티네 공연에 친절한 해설을 곁들여서다. 전막이 아니라 주요 장면만 선보이기 때문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가격도 1만~3만원대로 저렴하다.

가장 많이 알려진 공연은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의 마티네 콘서트다. 매달 둘째주 화요일에 마련되는 세종문화회관의 오페라 마티네는 매회 객석이 95% 이상 찬다. ‘피가로의 결혼’ ‘아이다’ 등 대중적인 레퍼토리 중심이기 때문. 다음달 9일엔 ‘카르멘’ 공연이 예정돼 있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오전에 잠깐 집안일에서 벗어나 문화생활을 하려는 주부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이 매달 목요일에 여는 ‘11시 콘서트’는 클래식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피아니스트 조재혁 특유의 입담이 더해지면서 매회 2000여명이 찾고 있다. 지난 6일 공연부터는 영상중계사업인 ‘싹 온 스크린’도 접목했다. 포항 김천 등 전국 7개 문화회관에서 마티네 공연을 생중계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양하게 차린 롯데홀, 국립극장

마티네 콘서트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연장들의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개관한 롯데콘서트홀은 올해 처음 ‘우아한 오후를 여는 L.Concert’를 선보인다. 올 한 해 동안만 총 41회에 달하는 공연을 한다. 홀 관계자는 “관객들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많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라디오처럼 재미있는 사연도 소개하는 ‘온 에어 콘서트’를 배우 이아현의 진행으로 7회에 걸쳐 연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펼치는 슈베르트 전문 공연 ‘슈베르티아데’도 6회, 하피스트 곽정의 하프 연주로 꾸미는 ‘The Gift’도 5회에 걸쳐 진행된다.

국악도 마티네 콘서트로 즐길 수 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국립극장 ‘정오의 음악회’에서 방송인 진양혜 해설로 낯선 국악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매달 수요일 열리며 다음달 24일엔 평소 듣기 힘든 북한식 태평소 ‘장새납’의 협주곡 ‘룡강기나리’ 등을 선보인다.

◆서정적 선율은 성남, 고양으로

가벼운 콘서트지만 한 작곡가의 음악 세계를 깊게 다루는 공연장도 있다. 성남아트센터는 한 해 동안 오직 한 명의 음악가만을 탐구한다. 올해는 ‘영원한 사랑에 대하여’란 타이틀로 브람스 음악만 다룬다. 오는 20일엔 경기필하모닉의 연주로 브람스의 ‘교향곡 3번’ 등을 연주한다. 고양문화재단은 중견 첼리스트 송영훈 해설로 ‘송영훈의 러브레터’를 시작한다. 슈만 등의 사랑과 인생에 관한 음악을 오는 6월29일부터 4회에 걸쳐 소개한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여름엔 탱고, 가을엔 소나타 등 계절별 특색에 어울리는 낭만적인 선율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