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페이(pay) 전쟁
페이스북이 자체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이용자끼리 단체 송금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내놨다. 2015년 처음 선보인 페이스북 메신저 송금에서 한발 더 나아간 금융서비스다. 단체 선물이나 파티 비용 등을 더치페이(비용 각자 내기)할 때 멤버끼리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신저 대화창에서 더치페이할 그룹을 정한 다음 각자에게 요청하는 금액을 입력하면 된다. 누가 돈을 냈는지는 메시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은행 송금과 달리 수수료도 없다. 미국 은행 카드를 등록해야 하는 미국인 전용이지만 페이스북 이용자가 세계적으로 18억6000만명이어서 서비스 대상 지역이 늘어날 수 있다.

모바일 및 온라인 간편결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달아오른 글로벌 ‘페이(pay) 전쟁’. 소비자들의 결제 통로만 장악하면 시장 지배력을 얼마든지 키울 수 있는 시대다. 페이 전쟁은 기존 금융회사가 아니라 더 편리한 신기술을 앞세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구글도 단순 송금을 넘어 결제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2013년 미국 이용자들을 위해 PC에서 G메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은 구글은 지난달부터 스마트폰 G메일로도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 G메일에서 파일 첨부 항목을 누르고 송금 옵션을 선택해 금액을 써넣으면 이미 등록된 카드에서 돈이 빠져나간다.

큰 땅덩어리인 중국에서도 간편결제 경쟁이 뜨겁다. 텐센트가 내놓은 중국판 카카오톡 위챗(웨이신)을 통한 모바일결제가 기존 강자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한국에선 삼성전자의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페이코 등이 간편결제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미 생활 깊숙이 파고든 서비스이지만 새로운 영역이 많아 싸움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페이 전쟁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은 삼성페이와 애플페이의 대결이다.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사활을 건 시장쟁탈전을 펼치고 있다. 애플페이가 먼저 나온 덕에 이용자 수가 두 배가량 많지만 삼성페이의 추격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의 양보 없는 경쟁에 힘입어 세계에서 모바일용 결제시스템 이용자는 상반기에 1억명을 돌파하고 연말에는 1억50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세계에게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라는 ‘페이스북 제국’이나 IT 공룡기업 구글이 글로벌 페이 전쟁에 더 깊숙이 발을 담그기 전에 삼성페이의 약진을 기대해본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