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유정용 강관에 대한 반덤핑 최종 판정에서 지난해 10월 재심 예비판정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놨다. 넥스틸에는 8.04%에서 24.92%로, 현대제철엔 5.92%에서 13.84%로 각각 반덤핑 관세율을 크게 올린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장이 한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대폭 인상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을 상무부에 전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 상무부는 특정국이 생산원가를 심각하게 왜곡해 수출하는 상황, 이른바 ‘특정 시장 상황’이라는 규정을 한국산 제품에 들이댔다. 덤핑 산정 시 국내 판매가격, 제3국 가격 등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 ‘특정 시장 상황’을 무리하게 끌고 들어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심지어 이 규정을 적용한 게 처음이라는 분석까지 등장한다.

문제는 왜 한국산에 이런 규정이 적용됐는지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이 중국산 핫코일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61%라는 관세폭탄을 맞은 포스코 핫코일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도 나돈다. 사실이라면 덤핑 산정은 국제 분업이나 제품 분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특정 시장 상황’은 상대방도 납득할 수 있는, 말 그대로 ‘특정’한 경우에나 적용해야지 이렇게 남용하라고 있는 규정은 분명 아닐 것이다. 더구나 최종 제품가격이 아니라 특정 회사나 국가의 원료나 부품을 사용한 것을 문제삼기 시작하면 세계는 덤핑 시비로 날을 지새워도 모자랄 상황이 펼쳐질 게 뻔하다. 이게 미국이 바라는 보호무역인가.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판정을 면밀히 분석해 업계와 함께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의 자의적 규정 적용이 의심되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도 불사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