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오버 부킹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이 오버 부킹(over booking: 예약 초과) 상태에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사건 때문에 뭇매를 맞고 있다. 동양인 승객이 피를 흘리고 기절하는 바람에 인종 차별 논란까지 불붙고 있다. 해당 남성은 자신이 의사이며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 때문에 내릴 수 없다고 말했지만 봉변을 당했다. 항공사 측의 사과 또한 무성의하고 비아냥거리는 투여서 세계인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오버 부킹은 비행기 탑승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승객 비율을 예상해서 그만큼 초과 예약하는 것을 말한다. 빈 좌석을 줄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항공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예약하고도 좌석을 배정받지 못하는 승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다른 항공편이나 대체 수단을 마련하고, 그것도 안 되면 법규에 따라 보상해야 한다. 오버 부킹이 얼마나 많은지 항공사 외에는 알 수 없지만 연간 수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항공사들도 고민이다. 예약부도율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운항 시간, 노선, 지역, 단체 또는 개인에 따라 탄력적으로 예약관리를 한다. 출장이나 업무 수요가 많은 노선과 단체 여행객이 많은 곳의 오버 부킹은 줄이고 개별 여행객이 많거나 이른 아침, 늦은 저녁 항공편엔 늘리는 방식이다. 200석에 예약을 210명까지 받을지 200명만 접수할지는 전적으로 항공사 재량이다. 오버 부킹이 항공사에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모든 예약 승객이 나타나 초과 승객에게 보상금을 다 준다면 오히려 손해다.

법적 보상금은 목적지나 탑승 클래스별로 다르다. 장거리 구간일수록 액수가 커진다. 미국에서는 최대 800달러다. 이번 유나이티드항공 사건에서도 승객에게 처음에는 400달러, 나중엔 800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가 먼 유럽 노선은 600유로 안팎이다. 파리발 서울행 항공기를 초과 예약으로 탑승하지 못하면 600유로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해당 구간의 저렴한 항공요금과 맞먹는 액수다. 일정이 느슨한 배낭여행객들이 이런 횡재를 얻기도 한다.

오버 부킹으로 낭패를 보지 않으려면 탑승 수속을 일찍 하는 게 좋다. 탈락자 선정은 늦게 수속한 순서대로 하기 때문이다. 기내에 들어가 앉은 승객을 내리게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나이티드가 자사 승무원을 태우기 위해 무리했다는 점에서 더 문제가 됐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보이콧에 나서고 불매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과거 행적마저 줄줄이 드러나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으니 ‘오버’ 치고는 어처구니없는 오버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