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향한 Google 의 파격 제안 "차세대 스마트폰용 OLED값 1조원 선지급하겠다"
구글이 LG디스플레이(사진)의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설비투자에 1조원의 제품 구입 대금을 선지급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자사의 차세대 스마트폰인 ‘픽셀폰’에 사용할 OLED 패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0일 “구글이 OLED 공급 대금 1조원을 먼저 줄 테니 그 돈으로 OLED 제조시설을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며 “구글에 대한 독점 공급을 대가로 설비투자 대금을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계약이 성사되면 양사는 서로 이득을 볼 전망이다. 구글을 비롯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OLED를 공급 받기 위해 여기저기 손을 벌리고 있지만 쉽지 않은 여건이다.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가 좀처럼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어서다. 애플도 삼성과의 불편한 관계를 무릅쓰고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에 먼저 손을 내민 끝에 올 하반기 출시되는 아이폰8에 들어갈 OLED 물량을 확보했다. LG디스플레이가 이 같은 제안에 응하면 안정적인 OLED 공급처를 확보한다.

LG디스플레이도 1조원으로 OLED 생산설비를 확충할 수 있어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 파주에 짓고 있는 P10공장에 앞으로도 8조~10조원의 추가 투자를 앞두고 있다. P10 초기 투자는 TV에 쓰이는 대형 OLED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을 생산하기 위한 것으로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생산을 위한 투자에는 힘에 부친다.

걸림돌은 있다. 구글의 제의는 애플이 아이폰에 사용할 LCD를 납품 받기 위해 과거 LG디스플레이에 제안한 것과 비슷하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 고객사에 선투자를 받으면 시장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낮은 수익을 감수하면서 제품을 공급해야 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