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훈련수당 구경도 못한 취준생들
고용노동부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취업준비생 박모씨(25)는 20여만원의 훈련수당을 보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예정일이 지났는데도 지급은 감감무소식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둬 당장 고시원 방값이 밀리고 있다.

취업성공패키지는 고용부가 저소득층·청년 등 취업준비생에게 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해 14만명이 넘는 취업준비생이 혜택을 받아 직장을 구했다. 수혜자는 시행 첫해인 2009년 1000여명에서 매년 급증하고 있다. 몇 안 되는 성공한 일자리 정책이라는 평가도 들린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고용부 지정 교육 기관에서 회계·코딩·설계 등 직업 교육을 무료로 받는다. 월 20만~30만원의 훈련 수당도 나온다. 급한 생활비를 버는 대신 미래를 위한 교육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신청 서류만 내면 14일 내 훈련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안내다.

실상은 다르다. 서울 종로의 한 직업학원에서는 한 반 전체가 한 달째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가 등장했다. 서울강남고용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한 취업준비생도 한 달 전에 신청한 훈련 수당을 아직 구경도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이달 셋째주에나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며 답답해했다. 다시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싶지만 주 30시간 이상 일하면 참여 자격이 상실되는 규정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수당 지급 지연에 대한 사전 안내가 있었다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불만도 크다. 고용부는 서류 접수 후 5일 이내에 정상처리하고 있 다며 일선 교육기관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간혹 늦어지는 경우는 인력 부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지만 현장과 유리된 한가한 인식이다.

제때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는 교육기관을 관리·감독하는 일도 고용부의 몫이다. 취업준비생에게 20만원은 큰돈이다. 학습교재나 면접복장 등을 구입하는 데 훈련수당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연은 오늘도 줄을 잇고 있다. 좋은 정책의 취지를 퇴색시키는 고용부의 허술한 운영이 못내 아쉽다.

성수영 지식사회부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