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11번가와 손잡고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디바이스 ‘누구(NUGU)’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11번가와 손잡고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디바이스 ‘누구(NUGU)’를 이용해 온라인에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SK텔레콤 제공
“11번가 추천도서 알려줘.” “이번주 추천도서는 《국가란 무엇인가》입니다. 10% 할인된 1만3500원에 살 수 있습니다.” “결제해줘.”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를 이용해 11번가에서 도서를 구입하는 장면이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음성 명령만으로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고 금융업무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용자에게 먼저 말 거는 SKT ‘누구’

SK텔레콤은 지난달 30일 음성인식 AI 스피커인 ‘누구(NUGU)’에 온라인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누구’는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최초로 선보인 음성 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다. 국내 1위 음원 서비스인 멜론과 연동한 음악을 감상하고 교통, 날씨 정보 확인, 피자·치킨을 주문할 수 있다. 출시 후 지금까지 약 4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팟캐스트, 치킨·피자 배달, 12월에는 위키백과 음성 검색을 추가한 데 이어 이번에는 11번가와 제휴해 음성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사용자는 ‘누구’를 이용해 음성으로 11번가의 ‘오늘의 추천 상품’과 ‘금주 추천 도서’를 안내받고 주문까지 할 수 있다. 11번가 계정과 결제 정보를 미리 등록해 놓으면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바로 살 수 있다. 국내에서 AI 기기와 커머스를 연계한 것은 ‘누구’가 처음이다.

추천 상품은 총 다섯 개로 매일 밤 12시 업데이트된다. 쿠폰, T멤버십 포인트, 카드 할인 혜택을 자동으로 적용해준다. 실수로 주문하지 않도록 ‘누구’ 전용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주문 잠금 설정을 할 수도 있다.

AI 기기가 먼저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알림 기능’도 첫선을 보였다. 사용자에게 유익한 정보가 있으면 ‘누구’의 무드등을 점멸해 신호를 보낸다. 사용자가 ‘알림 알려줘’라고 명령하면 해당 정보를 설명해 준다. 국내 프로야구 경기와 운세 정보를 알려주는 기능도 추가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AI가 이용자가 필요한 것을 미리 파악해 제안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집에 들어왔을 때 먼저 AI 기기가 말을 걸어줬으면 하고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며 “사용자가 불편하지 않은 수준에서 알림 기능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 9일까지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 모터쇼’에서 ‘누구’를 이용해 자동차 시동을 켜고 끄는 ‘H2C(home to car)’ 서비스도 시연했다.

○주가 알려주는 KT ‘기가지니’
KT는 지난 2월 서울과 부산 주요 지역에서 ‘기가지니’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2월1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가지니’를 체험하고 있다. KT 제공
KT는 지난 2월 서울과 부산 주요 지역에서 ‘기가지니’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었다. 2월1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기가지니’를 체험하고 있다. KT 제공
KT는 지난 5일 미래에셋대우와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AI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 제공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회사는 KT의 음성 기반 AI인 TV ‘기가지니’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기가지니는 지난 1월 KT가 선보인 AI 기반 인터넷TV(IPTV)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제어, 일정 알림, 교통 정보 등 여덟 가지 서비스를 갖췄다. 현재까지 약 2만대가 팔렸다.

기가지니 보급 확대를 위해 KT가 꺼낸 카드는 금융서비스다. 기가지니에 미래에셋대우의 금융 정보를 접목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우선 기가지니의 음성 인식을 주가, 지수 조회, 시황 정보 등에 적용할 계획이다. 기가지니에게 “지니야, 오늘 주식시장 어땠어?”라고 물어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05% 하락한 2151.73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두 회사는 3분기쯤 이 같은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금융상품 추천, 계좌 개설 서비스도 잇따라 내놓을 계획이다. 임헌문 KT 사장은 “금융뿐 아니라 다양한 협업 서비스를 출시해 올해 안에 기가지니 가입자 5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KT는 ‘2017 서울 모터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손잡고 음성인식 AI 서비스 기가지니와 자율주행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를 연동한 H2C 서비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의 AI 음성비서 ‘빅스비’

오는 21일 공식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에 탑재된 AI 비서 ‘빅스비(Bixby)’도 눈길을 끈다.

빅스비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스마트폰에 적용한 AI 음성 비서다. 갤럭시S8 왼쪽 측면 아래에는 AI 서비스인 빅스비 전용 버튼도 넣었다. 손가락 터치 대신 빅스비에 음성으로 명령을 내려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용자의 명령을 문맥으로 파악해 스마트폰에서 정보를 검색하고, 앱(응용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게 해준다.

빅스비는 음성뿐만 아니라 카메라로 사물, 이미지, 텍스트, QR 코드 등을 인식해 유용한 정보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특정 제품을 찍으면 이를 온라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쇼핑’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전화, 문자 등 갤럭시S8에 기본으로 내장된 앱과 빅스비를 우선 연동했다. 아직은 빅스비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거나 네이버 검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외부에 공개해 다른 회사들도 관련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는 등 ‘빅스비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