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은 잘못된 일이고, 그래서 부끄럽다. 그러나 뇌물은 아니다."

삼성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그간 검찰이나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밝혀온 주장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청와대의 외압에 못 이겨 최 씨 모녀에게 잘못된 지원을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어떤 부정한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뇌물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승마지원을 할 때도 뇌물이라는 인식은 전혀 없었다는 게 삼성의 주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7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간에는 본 재판에 앞서 특검과 변호인 간에 쟁점사항 등을 논의하고 정리하는 공판준비절차가 3차례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기소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모습을 나타낸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부여한 주된 혐의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박 전 대통령과 공범인 최순실 씨 측에 43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 또는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뇌물공여 금액 중에는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 원도 포함됐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 금요일에 열릴 재판에서도 특검 수사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한 결백을 주장할 예정이다.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은 정부사업 협조 차원에서 기존 관행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배분율에 따라 돈을 낸 것일 뿐 '부정한 청탁'의 대가가 아니고, 최 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은 청와대의 강요라는 게 이 부회장의 주장이다.

또 이런 압박에 의한 '지원'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양사의 합병안은 2015년 7월 17일에 주총에서 가결됐고,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승마지원'과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 요청한 것은 그 이후인 7월 25일이라는 것이다.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주가를 일부러 떨어뜨려 제일모직과의 합병 비율을 0.35 대 1로 맞췄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합병 이후 삼성물산 건설 부문에서 약 2조6천억 원 규모의 부실이 발견됐는데, 만약 합병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추고자 했다면 그런 부실을 조기에 찾아내 노출했을 것이라는 게 이 부회장 측 주장이다.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0일이 흘렀다.

수감 생활을 비교적 잘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삼성의 경영 공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재판에 성실히 임해 뇌물 혐의를 벗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법원이 증거만을 가지고 현명한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