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첨단 보안기술인 블록체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은 거래 당사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방식의 보안 기술로, 은행 해킹 방지나 식자재 이력 추적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원표 삼성SDS 사장은 6일 서울 잠실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를 통해 블록체인사업에 본격 나선다고 밝혔다. 넥스레저는 금융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으로 실시간 대량거래 처리 기능 등이 있다. 지난달 말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를 내놓은 IBM 등과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SDS '보안솔루션' 블록체인 진출
홍 사장은 “보안 인증을 시작으로 금융 유통 제조 공공 등 모든 산업의 인프라에 적용할 수 있다”며 “올해부터 분야별로 시범 프로젝트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에 녹아드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넥스레저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삼성카드에 도입한 제휴사 멤버십 통합 운영 서비스는 물론 해외 지급결제 및 송금(금융), 개인 및 생체 인증(보안), 공급사슬망 관리(제조) 등 블록체인을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송금 수수료 10분의 1로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을 통해 각 네트워크 참여자가 거래 내역을 모두 공유한다. 한 번 거래가 이뤄지면 이를 조작하기 위한 해킹이 극히 어렵다.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은행 간 또는 국가 간 거래에서 기존 금융결제원이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와 같은 청산 중개 기관을 거치지 않아도 돼 이들이 가져가는 수수료를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도입하면 일반적인 은행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돈을 보낼 수 있다.

이 같은 혁신성 때문에 IBM 등 글로벌 기업도 잇따라 블록체인 솔루션 경쟁에 나서고 있다. IBM은 삼성에 앞서 지난달 말 기업용 블록체인 서비스인 ‘IBM 블록체인’을 출시했다. IBM 블록체인은 클라우드상에서 거래 네트워크를 구축, 배치,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블록체인의 파괴적 혁신성 때문에 기존 산업을 보호하는 정부 규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열린 블록체인 오픈포럼 창립 기념 콘퍼런스에서도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블록체인 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코인플러그의 어준선 대표는 “금융당국에서 3년 전부터 규제 완화 얘기가 나왔지만 실제로 금융회사가 핵심 서비스인 지급 결제나 본인 인증 등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없다”며 “이제 논의는 그만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환 블로코 대표도 “블록체인 시장이 열리고 있는데 정작 관련 프로그래밍 언어(루아)를 아는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인재 양성에 필요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