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를 해도 남는 수익이 거의 없어 사실상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박가격이 하락하면서 ‘제살깎기’식 저가수주 경쟁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직 위주의 인력 구조조정으로 고비용 원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것도 업계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초대형유조선(VLCC) 신규 발주 가격이 지난달 말 평균 척당 8000만달러를 기록해 전월(8100만달러)보다 100만달러 하락했다. 14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시장을 장악한 VLCC의 가격은 2003년 7000만달러대에서 2008년 1억6000만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조선업 공급과잉으로 계속 추락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사는 최근 유럽 선주로부터 VLCC를 척당 7900만달러대에 수주했다. 일감이 없어 도크가 비는 상황에 ‘고육지책’으로 저가 수주를 한 것이다.

하지만 한 번의 저가수주가 생산원가를 밑도는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업계 전체에 동반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형 조선 3사 중 작년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낸 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률이 3%대에 불과하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영업 측면에서 현금흐름이 각각 -1조5547억원과 -53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보다 지출한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취약한 원가구조 배경엔 저가수주, 원자재 가격 상승 외에도 고비용의 인력구조가 자리잡고 있었다. 인건비는 선박 제작 비용의 20%를 차지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조선업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는 게 경쟁력”이라며 “일본이 1990년대 인건비 부담 때문에 한국에 조선업 1위 자리를 내줬듯 한국도 중국에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조선 3사는 2015~2016년 6000여명을 희망퇴직시켰는데, 이 중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생산직 퇴직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생산직 대신 비노조원인 사무직 위주로 인력을 감축하면서 여전히 고비용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