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왼쪽 세 번째)가 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홍 후보, 이학영 한경 논설실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왼쪽 세 번째)가 5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홍 후보, 이학영 한경 논설실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역시 ‘홍트럼프’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는 5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대선 정국과 경제·안보 현안에 대해 특유의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문 후보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한국을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아군인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에 대해서도 “소위 친박 핵심이라는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나니 입에 거품 물고 나올 줄 알았는데 딱 숨어버리더라”고 쓴소리를 했다. 자신의 이념적 지향에 대해선 ‘보수우파’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기업 규제 완화 △공공부문 구조조정 △증세를 수반하지 않는 서민층 위주 복지 △핵균형론 등 보수 가치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정책 구상을 밝혔다. 대선 판도에 대해서도 “밑바닥 여론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경 밀레니엄포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한국을 그리스로 만들자는 것"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대선후보 중 누구도 경제성장을 얘기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보다 경제활성화 공약을 내야 하는 것 아닌가.

▷홍준표 후보=헌법 119조1항은 대한민국 경제 질서를 자유주의적 시장경제로 규정하고 있다. 집권하면 제일 먼저 기업 기(氣) 살리기 정책을 펴겠다. 경제정책 기본은 기업 기 살리기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더 많아진다. 대기업이 되면 더더욱 많아진다. 이런 규제 틀 속에선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이유가 없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올라갈 이유가 없다. 기업 규제를 없애고 혜택을 주는 것이 기업 의욕을 북돋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119조2항의 경제민주화를 마치 경제 원칙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이건 보완적 개념이다. 경제민주화 취지는 서민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집권하면 서민정책위원회를 만들어 서민경제 살리기로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겠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국가부채가 1400조원을 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가.

▷홍 후보=문 후보의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 공약에 반대한다. 공공기관 일자리를 늘리자는 것은 그리스처럼 하자는 얘기다. 그리스는 한 명이 할 수 있는 일을 서너 명이 한다. 그 나라는 100살이 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연금을 받기 위해 사망 신고를 안 하는 것이다. 집권하면 정부와 공공기관을 대폭 구조조정하겠다. 거기서 나오는 돈을 전부 서민 복지로 돌리겠다. 경상남도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두고 허구라고 하는데 증세 없이 복지가 가능하다. 노동시장은 왜 비정규직이 많아지는지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기업이 정규직은 자유롭게 해고 할 수 없으니 비정규직을 계속 채용한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면 비정규직이 줄어들 것이다.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높이고 정규직을 많이 뽑는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역대 정부마다 경제정책 키워드를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였다.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데 어느 분야에 중점을 둘 생각인가.

[한경 밀레니엄포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은 한국을 그리스로 만들자는 것"
▷홍 후보=경남에선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사천 우주항공단지가 올해 말 착공한다. 10년 뒤 지역내총생산(GRDP)이 두 배 이상 늘고 일자리 수십만개가 생길 것이다. 정부가 출연해 4차산업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20조원 규모 펀드를 만들 생각이다. 새만금은 20년간 지지부진한데 두바이식으로 개발해 중국, 동남아시아 전진기지로 키우겠다. 홍콩처럼 인구 200만명 규모 특별도시로 지정하고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안을 완성해 전라북도에 보내줬다.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일으키는 4차 산업혁명 기지가 될 수 있는 곳이 새만금이다. 집권하면 바로 추진하겠다.

▷조 교수=보수우파를 대변한다는 정치인조차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보수정당 후보로서 태극기집회 세력도 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파적 가치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나.

▷홍 후보=10년 전부터 ‘부자에게는 자유를, 서민에게는 기회를’이라고 주장해 왔다. 열심히 일해서 돈 벌었으면 사치도 하고 해외여행도 갈 수 있어야 한다. 특별 세무조사도 안 해야 한다. 부자들은 사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다. 마음껏 살되 세금만 제대로 내라는 얘기다. 서민들한테는 국가가 끊임없이 대출도 해주고 넘어지면 일으켜세워주고 언제든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을 줘야 한다. 가계부채도 탕감 공약은 하지 않는다. 극빈층은 탕감해 줘야 하지만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일해서 갚으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태극기세력을 껴안고 있다. 그 마음도 잘 알고 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조달러 인프라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전국적으로 노후 인프라가 많다. 인프라 투자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고 지진 대비 등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데 어떤 계획이 있는가.

▷홍 후보=전국 각지에 식수용 댐을 건설해서 1급수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수돗물을 마시는 비율이 5%가 안 된다. 수돗물 원수가 2급수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지 못하는 것이다. 유럽은 식수댐을 만들어 수돗물을 걱정하지 않고 생수처럼 마신다. 식수댐을 건설하면 엄청난 사회간접자본 투자 수요가 일어날 것이다.

▷윤 교수=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독일 일본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 정상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한국도 대미 흑자국이다. 통상 안보 등 한·미관계는 어떻게 구상하고 있나.

▷홍 후보=1991년 한반도에서 핵을 철수했다. 이어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서 정점에 왔다. 외교적 수단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핵균형을 이루지 않고는 김정은의 핵 공갈에 돈을 갖다 바쳐야 한다. 집권하면 핵균형을 이루겠다. 북한은 폭풍군단에서 최정예 요원 11만명을 기르고 있다. AN2기로 남하해 요인을 암살하는 부대다. 한국은 여기에 대응하는 최정예 병사를 못 키웠다. 대선후보가 젊은이 표를 노리고 군복무를 1년으로 단축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고 있다. 적 해안에 상륙해 수뇌부를 제거하는 해병특전사령부를 창설해 안보 불안에서 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

▷조 교수=‘적폐 청산’은 성역이 없어야 한다. 최순실 딸 정유라 특혜 입학을 조사했듯이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도 규명이 돼야 한다.

▷홍 후보=문 후보는 노무현 정부 시절 우병우(전 청와대 민정수석)와 김기춘(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할을 한 사람이다.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가장 큰 책임자가 문 후보다. 노무현 정부는 안희정 뇌물로 시작해 박연차 뇌물로 끝났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좌우 모두 세탁기에 돌리고 새롭게 시작하겠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