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재테크는 가라
‘최대한 구체적으로 쪼개고 또 쪼개라.’

금융권 재테크 시장의 화두로 ‘핀포인트(pinpoint)’ 전략이 뜨고 있다. 핀포인트는 목표로 하는 대상의 위치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밀하게 조준한다는 군사용어다. 재테크 시장에서는 족집게 전략과 같은 말로 쓰인다. 연령대와 재무 상태, 투자 목적 등에 따라 개인별 재테크 전략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의미다.

사회생활을 갓 시작한 20대 후반과 은퇴를 눈앞에 둔 50대 후반의 자산관리 전략이 같을 수는 없다. 30대 직장인, 50대 은퇴 예정자 등 과거에는 단순히 연령과 생활주기만을 감안했다면 최근에는 40대 미혼 전문직 여성, 60대 기혼 택시기사 등 연령, 직업, 가족관계 형태 등을 최대한 잘게 세분화한 뒤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 분석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미혼·기혼 및 외벌이·맞벌이 여부, 가치관, 투자 성향 등 재무 상태와 자산관리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비스 내용을 달리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가 두루뭉술한 ‘기성복’이 아니라 그만큼 자신의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맞춤복’을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붕어빵 재테크는 가라
싱글족(族)을 겨냥한 금융상품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기준 세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다. 2035년이면 1인 가구가 760만가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령대가 같더라도 나홀로 가구는 소비 패턴이나 재테크 목적이 아무래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신한 KB 하나 우리 농협 등 주요 금융그룹은 각 계열사를 활용해 싱글족에게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기 예·적금, 대출, 신용카드 등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오피스텔 전용 대출, 편의점 적립 등 1인 가구에 유리한 혜택이 집중된 신용카드 등이 대표적이다.

신탁 상품도 세분화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치매안심신탁’ ‘가족배려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과 국민은행이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을 위해 선보인 ‘펫(pet)신탁’, 신한은행의 ‘중(中)위험·중수익신탁’ 등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출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재테크 목적과 원하는 목표 수익률 등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자산관리 규모도 잘게 쪼개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에 이어 올초 우리은행이 금융자산이 3000만원만 있어도 전문 PB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수협은행은 2000만원만 있어도 PB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액 자산가와 자산관리 전략이 같을 수는 없지만 자산 규모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알려주고 있다.

보험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다양한 보장 내역을 담은 종합보험 성격이 아니라 가족력이나 연령, 성별 등 자신의 상황에 따라 골라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질병이 있는 고령자를 위한 유병자보험이나 뱃속에 아기가 있는 예비부부 등을 위한 어린이보험, 캠핑과 골프·등산·자전거를 즐기는 레저 인구를 위한 레저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빠른 사회 변화와 고령화 등으로 인구구조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며 “금융사들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상품과 서비스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