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개편한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탄도 미사일 사진과 그림을 전면에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도쿄신문이 일본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를 인용해 3일 보도했다.

아시아프레스는 북한이 2011년말 김정은 체제 출범 후 대폭 개편한 초급·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 격) 교과서 75종을 입수해 분석한 뒤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2012년 교육체계를 다시 짠 뒤 2014년 교과서를 전면 개편했다.

바뀐 교과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은하(銀河)'라는 탄도미사일의 사진·그림이 초급중 영어와 고급중 기초기술 등의 표지에 실린 것이다.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실 대표는 "탄도탄과 핵병기의 개발은 아직 젊은 나이에 권력을 세습한 김정은의 많지 않은 실적 중 하나"라며 "이 부분을 강조해 권위를 세우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교과서에는 시작 부분에 김일성 국가주석·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우상화하며 계승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기재됐다.

아울러 이번 개편에서 북한은 정보통신(IT) 관련 교육에 힘을 쏟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서 가운데 컴퓨터 실용서 수준으로 자세히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있었다.

북한에서 국가헌법과 조선노동당 규약을 초월하는 최고 통치규범인 '유일영도체제 10대원칙'이 사회주의도덕 교과서에 '학생소년 도덕 10사항'으로 소개했다.

이는 학생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교과서에는 첫 페이지에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을 충정으로 높게 받들지 않으면 안된다"는 내용이 강조됐다.

이시마루 대표는 "교과서를 체제유지에 이용하는 것을 보면 김정은이 자신의 권위가 부족한 것에 대해 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을 '갑자기 나온 풋내기'로 보여 경의를 표하지 않고 있다"며 "그대로 놔두면 체제유지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만큼 필사적으로 교과서에서 김정은의 권위를 세우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