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일본경제포럼에서 강연하는 이원덕 국민대 교수. / 사진=최혁 기자
31일 일본경제포럼에서 강연하는 이원덕 국민대 교수. / 사진=최혁 기자
[ 김봉구 기자 ] “일본은 단일하지 않아요.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일본 내 지한파나 리버럴한 진보파 등 각종 사안에서 우리와 연대할 수 있는 우군이 있죠. 이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일관계 전문가인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국제학부 교수·사진)은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제14회 한경 일본경제포럼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최근 위안부 이슈로 급랭된 양국 관계를 풀려면 국가 대 국가 또는 민족 대 민족 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위안부 합의의 본질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양국 외교장관 합의문 전반부의 골자인 일본 측 책임 인정,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 그것이다. 합의문 후반부, 즉 ‘10억 엔(약 101억 원) 거출’과 ‘소녀상 문제 해결 노력’ 등 후속조치 대목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지엽적이라고 봤다.

그는 “10억 엔 받고 끝낸 것이냐, 그 대가로 소녀상까지 철거해야 하느냐 등의 논쟁은 일본 우익이 깔아놓은 ‘판’ 위에서 싸운다는 점에서 그들의 논리에 휘말리는 측면이 있다”고 짚은 뒤 “아베 정부가 위안부 합의의 정신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바로 그 지점에서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반성하며 이에 발맞춰 정부 예산을 거출한다는 위안부 합의의 ‘몸통’을 중심에 놓고, 이 전제를 일본 측이 잘 이행하는지를 보면서 대응하면 된다는 것.

다만 새로 들어설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 교수는 “합의문을 정독하는 게 우선이다. ‘전제’를 이행하지 않는 일본 측 행위에 대해선 강력 경고하면서 일본 측 책임 인정,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이라는 몸통으로 프레임을 옮겨오자”고 제안했다.

행사에 참석한 일본인 학생이 “일본 내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고 지적하자 그는 “양자 문제이므로 어느 한쪽의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 한국 책임도 있지만 일본도 과거에 비해 훨씬 민감하게 한일관계를 바라보고 있다”며 “특히 일본 내에서 아베라는 보수 우익 정치인을 견제하는 목소리를 찾기 어렵다. 눈여겨볼 만한 변화”라고 답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