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재 HK 사장(왼쪽)이 경기 화성공장에서 직원과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레이저가공기의 수출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계명재 HK 사장(왼쪽)이 경기 화성공장에서 직원과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은 레이저가공기의 수출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경기 화성시에 있는 HK(사장 계명재)는 3월 하순 레이저가공기로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어워드에서 디자인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PS3015 Fiber’는 레드닷에서, ‘FL3015 Fiber’는 레드닷과 iF에서 디자인상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이 회사의 화성 신축공장은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했다. 디자인이 중요한 전자제품이나 생활용품, 자동차 회사도 아닌데 웬 디자인상을 연속 받는 것일까.

[BIZ Success Story] 공작기계 업체 HK 계명재 사장 "레이저가공기로 디자인상 받은 이유요? 예뻐야 잘 팔리니까요"
금속을 가공하는 공작기계는 성능이 중요하다. 원하는 물체를 잘 다루기만 하면 된다. 이제까지의 통념이었다. HK가 세계적 권위의 디자인어워드에서 잇따라 상을 받은 것은 공작기계 업체로선 극히 드문 일이다.

공작기계 업체의 공장이 건축가협회상을 받은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이 회사의 화성 신축 공장은 미술관처럼 보인다. 원목무늬를 지닌 노출콘크리트로 외관을 마감했고, 3층과 4층 옥상엔 멋진 정원이 있다. 하늘정원과 바람정원이다. 윤동주 시에서 따온 이름이다. 옥상정원에서 화성과 평택의 확 트인 들녘을 바라보며 바비큐를 해먹기도 하고, 별이 쏟아지는 밤엔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HK의 체력단련장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골프연습을 하고 있다.
HK의 체력단련장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골프연습을 하고 있다.
이 회사가 디자인 경영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제품 디자인은 미려한 외관을 만드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성능 향상으로 이어진다. HK의 레이저가공기는 철, 스테인리스 스틸, 알루미늄 등의 금속 평판을 고출력 레이저로 자유롭게 절단할 수 있는 장비다. 길이 8~9m에 이르는 대형 공작기계다. HK는 이 분야에서 국내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사내 디자인팀을 신설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해 디자인 경영에 힘을 쏟았다. 이 회사 제품은 2015년과 2016년 연속으로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굿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소비자가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를 선호하듯 공장 근로자도 예쁜 디자인의 기계를 선호한다. HK는 기계의 내·외부 설계도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예컨대 기계 커버는 볼트를 전혀 쓸 필요없이 간단히 조립할 수 있도록 했다. 기계설치비를 줄일 수 있다. 레이저 가공을 위해 움직이는 핵심부품인 갠트리(gantry)의 부품을 단순화해 기동성을 높였다. 이로 인해 운영 효율과 생산성이 높아졌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이 회사는 단지 멋진 기계를 만든 데 그친 게 아니라 기능을 한 단계 향상시킨 셈이다.

회사 곳곳에는 복리후생시설이 들어서 있다. 스크린골프를 비롯해 실내골프연습장, 플레이스테이션, 피트니스센터, 당구장, 풋살장, 사내 기숙사, 사외 기숙사, 수면실을 갖추고 있다. 여직원휴게실에는 소파 침대 냉장고 정수기 등이 있다. 스타벅스 수준의 고급 카페테리아에는 원두커피와 각종 음료가 구비돼 있다. 직원의 복리후생에 관심을 쏟는 것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종업원에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람이 경쟁력인데 이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종업원 우대책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이 617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7.7% 늘었다. 저가를 무기로 한 중국 기업의 추격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치열한 판매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일궈낸 것이다. 여기엔 종업원 개개인의 노력 못지않게 이 회사의 전략이 주효했다.

첫째, 제품의 고급화 전략이다. HK의 주력 제품은 레이저절단기다. 철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동제품 등을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르는 제품이다. 단순 절단에서 원형절단 사각절단 등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분당 60m의 속도로 20마이크로미터(㎛)의 공차 범위 내에서 정교하게 절단할 수 있다. 섭씨 약 1500도의 고온으로 순식간에 매끈하게 자르기 때문에 절단면에는 찌꺼기가 남지 않는다. 그동안 주력제품은 두께 20㎜의 금속제품을 절단할 수 있었지만 기종을 다양화하면서 30㎜ 두께의 제품도 손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성능을 향상시켰다. 이들 금속은 자동차부품을 비롯해 기계부품 항공기부품 에너지설비 등 수많은 업종의 설비를 가공하는 데 쓰인다.

둘째, 다각화전략이다. 주력제품 이외에 레이저가공기와 자동화시스템(피가공체 자동 공급장치)을 결합한 제품을 속속 선보였다. 예컨대 피가공체인 철판을 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레이저가공기에 자재를 올려주는 ‘스마트로더’, 자재를 올려주고 내려주는 ‘스마트셀’, 자재를 8~10단으로 적재하고 공급해주는 ‘스마트타워’를 개발했고 이를 연결한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레이저가공기 사용자가 훨씬 편리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들 장비는 기계에 부착된 컨트롤러로 작동하지만 휴대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계명재 사장은 “레이저가공기, 원재료 자동화공급설비, 정보통신기술을 결합해 앞으로 금속가공을 무인자동화할 수 있도록 기능을 향상시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본격화될 스마트공장시대에 대비한 것이다.

이 회사는 레이저용접기도 개발해 작년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계 사장은 “지난해 레이저용접기 매출은 20억원에 그쳤지만 3년 내 이 제품과 특수응용제품으로 200억원의 매출을 추가로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레이저클리닝기, 레이저로 금속표면을 강화하는 레이저클래딩(cladding)기 등 레이저를 활용한 다양한 응용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셋째,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다. 뉴욕시립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인 계 사장은 글로벌 전략을 중시한다. 3월 중순에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체코 슬로바키아 포르투갈을 돌며 바이어 및 딜러와 만나고 귀국했다. 8일 동안 7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한 것이다. 이들의 의견을 듣고 시장상황을 파악한 뒤 회사전략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BIZ Success Story] 공작기계 업체 HK 계명재 사장 "레이저가공기로 디자인상 받은 이유요? 예뻐야 잘 팔리니까요"
그는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 등 30개국에 딜러망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별 특성에 맞춰 이들을 차별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유럽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보고 이 지역에 대한 영업과 서비스망을 강화할 생각이다. 아울러 세계 최대 판금산업 관련 전시회인 미국 시카고판금전시회(FABTECH)를 비롯해 올해에만 해외 10곳의 전시회에 출품할 계획이다.

계 사장은 “국내엔 10곳의 애프터서비스망을 갖춰 2시간 내 서비스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도 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주요 시장의 서비스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능과 디자인, 서비스라는 3박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계 사장은 종업원과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