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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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임대주택 공급,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조성, 전국 10개 혁신도시 개발,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 행복주택 건설….

모두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하는 일이다. 자산 172조원(장부가액)을 보유한 LH는 서민과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확대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서민들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주거복지 혜택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에는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기술(IT)과 통신을 접목한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를 개발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또 노후한 도심을 재생시키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및 건설업계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서민들의 ‘생애 파트너’이자 국토개발과 도시 재생의 ‘개발 플래너’, 국민 경제를 살리는 ‘경제 서포터’의 1인3역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다.

주거복지·국토개발·도시재생 선봉

LH는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통합해 출범했다. 1975년 설립된 한국토지공사는 토지의 취득·개발·공급업무를 맡아 전국의 주택·산업단지와 유통단지를 조성했다. 땅값 통계나 토지거래 동향 등도 조사해왔다. 1941년 세워진 조선주택영단을 모태로 한 대한주택공사는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및 주택단지 건설을 담당했다. 1962년 대한주택공사로 이름을 바꿨다. 서울 마포에 국내 최초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고, 반포·잠실·상계동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1·2기 신도시 개발도 주도했다.

LH가 그동안 건설한 공공·민간주택은 264만가구다. 짓거나 매입해 운영 중인 공공임대주택은 95만가구다. 약 2000만 국내 가구 중 15%에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에 걸쳐 주거단지(855개 지구)와 산업시설(104개 지구), 지역발전 시설(11개 지구) 등 총 1045㎢의 토지를 개발해왔다. 서울시 면적의 1.7배에 해당하는 크기다.

올 연말에는 LH의 보유 임대주택 수가 102만9000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100만가구 관리시대의 원년을 맞는다. LH는 마이홈 서비스, 주거급여 조사, 찾아가는 주거복지 서비스 등 임대주택 서비스 간 상호 연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2030년까지 약 100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더 짓거나 매입한다는 목표도 제시하고 있다. 주거복지 서비스를 받는 대상도 총 330만가구로 확대할 계획이다.

LH는 각 지역에서 맞춤형 도시재생 사업도 발굴 중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저출산 등으로 수도권 대비 지방의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낙후된 천안 동남구청 주변 재생사업과 같은 경제기반형 도시재생, 밀양·진주 등의 지역특화산단 개발 등으로 올해만 총 3.5㎢ 규모의 지역개발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채 감축+주거복지 ‘두 토끼’ 잡기 성공

LH는 2009년 통합 후 지난해까지 총 171조원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받은 돈은 9조원에 그쳤다. 무려 162조원의 사업비를 자체 조달했다. 공익사업과 수익사업을 교차 보전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민간에서 효율적인 자금 조달에 나섰다.

부채도 안정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다. 2013년 기준 총부채는 142조원, 금융부채는 106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 말 총부채와 금융부채를 각각 133조원, 83조원으로 떨어뜨렸다. 꼬박꼬박 이자를 내야 하는 금융부채는 3년 만에 무려 23조원이나 줄였다. 전국에 퍼져 있던 다양한 사업지구에 대한 구조조정, 사업방식 다각화, 토지 판매 효율화, 직원들의 자구 노력 등에 힘입어서다.

박상우 LH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LH 기업설명회 및 채용설명회에서 이 같은 부채 감축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2017년 3월27일) 기준 금융부채가 79조9000억원으로 마침내 70조원대로 떨어졌다”며 “연말까지 77조원 이하로 줄이고 이 같은 추세를 5년 이상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박 사장은 또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하는 LH의 신용등급은 AA급으로 최고 수준”이라며 “지난해 가을 30년 만기 장기채권을 발행하면서 낮은 이자율(연 1.6%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자금력이 탄탄하다”고 소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공 디벨로퍼 지향

LH는 50여년 이상의 다양한 개발사업 경험과 자금력, 직원들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최고의 부동산개발회사, 글로벌 개발금융회사를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융·복합’ ‘협업·상생’ ‘수요자 맞춤’ ‘소통과 참여’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를 들어 ‘리츠(부동산투자신탁)’를 활용해 다양한 금융과 산업, 기술의 결합을 꾀하고 새로운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해 지자체 민간기업 등과 다양한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건설사, 엔지니어링업체, 건설자재 업체들과 함께 해외 진출의 문도 두드린다.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도시의 자투리 공간에 조립하는 ‘모듈러 주택’이나 3세대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세대분리형 주택’ 등 각 수요계층과 지역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연구하고 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