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전 강남아파트 대신 삼성전자 샀으면…타워팰리스가 3채?
"2000년으로 돌아간다면 삼성전자 주식을 샀을 텐데."

요즘 이같은 탄식을 내뱉는 사람들이 많다.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는 삼성전자의 주가 최고가 경신 소식 때문이다. 2000년 15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금은 200만원을 넘었다.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270만원까지 높여 잡고 있다.

"그때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강남 아파트를 사는 것보다 더 큰 돈을 벌었을거야."

이같은 이야기도 나온다. 강남아파트는 대한민국에서 산업화 이후 가장 큰 돈을 벌수 있게 한 재테크의 상징으로 꼽힌다. 부동산 과열기인 2000년 이후 강남아파트는 명실공히 수익률 최고의 돈벌이 수단으로 지목돼왔다. 그런 강남아파트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는 투자처가 삼성전자 주식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시장의 이야기대로 삼성전자 주식은 강남아파트보다 더 큰 수익을 올렸을까.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5000원(0.72%) 오른 20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16년 전인 2000년 마지막 거래일(12월26일·15만8000원)과 비교해보면 약 1222%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아파트 가격은 213% 올랐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아파트가격종합지수인 '코아피(KOAPI)'를 보면 올 초 강남 3구 아파트는 327.19였다. 2000년 말에는 105.17이었다. 코아피는 아파트 가격을 종합주가지수방식으로 산출한 지표다. 2000년 1월 초 가격을 100으로 놓고 산정했다.

2000년대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한 시기다. 전국의 집값이 크게 뛰면서 투기 붐이 일었다. 특히 강남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 시기에 강남아파트를 샀다고 하면 대부분이 "큰 돈 벌었겠다"고 인식한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와 비교하면 상승세는 낮은 수준이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아파트의 코아피 지수. 부동산114 제공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의 아파트의 코아피 지수. 부동산114 제공
이 지역의 특정 아파트와 비교하면 차이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35평형은 올 초 기준 14억4000만~15억8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00년 말(2억8000만~4억원)과 비교해 값은 4~5배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약 13배 뛰었다. 증가분을 단순 비교하면 2000년 말 압구정 35평 현대아파트 대신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면 36억4000만~52억원의 돈을 가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아파트를 3채 이상 살 수 있는 수준이다.

같은 방식으로 비교하면 도곡동 타워팰리스 35평형도 3채가 남는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35평형의 매매가는 입주 시점인 2002년 말(7억~8억원)과 비교해 현재(16억1500만원~17억원) 약 2배 올랐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 주가는 약 6.7배 상승했다.

물론 물가상승률, 세금 등 다양한 변수을 고려하지 않은 비교만으로는 정확한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의 투자 가치는 제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도 주식으로 돈 벌 수 있는 시기"라고 말한다. 차세대 삼성전자를 찾아나서라는 조언이다. 우량주 중심의 장기 투자에 나서라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별 경기 회복과 정치 불확실성의 제거 등으로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돋보일 것"이라며 "우량주로 구성된 분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고 장기 투자한다면 주식은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