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전달한 탈퇴 통보 서한은 협상 초반에 돈 문제로 협상이 삐꺽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낳고 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6쪽짜리 이 서한에서 "우리는 EU 탈퇴 조건들과 더불어 우리 미래 관계에 대한 조건들도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미래 관계 조건들'이란 "경제적, 안보적 협력에서 영국과 EU 간 깊고 특별한 협력 관계"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경제 협력과 관련한 협정 없이 떠난다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계 아래 교역해야만 하는 상황을 맞는다"고 덧붙였다.


이혼합의금(exit bill)뿐만 아니라 FTA 협상도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를 적시한 것이다.


메이 총리가 이를 거듭 언급한 것은 EU 측이 선(先)이혼합의금-후(後) FTA 논의 전략을 세웠다는 관측이 사실이었음을 방증한다.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은 양측이 의제 논의 순서부터 샅바 싸움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
특히 양측이 서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들인 데다 2년에 걸친 긴 협상에서 주도권을 결정하는 첫 승부라는 점에 비춰보면 양측이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태도를 고집하면서 협상이 한동안 공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의금 규모와 관련해선 독일과 프랑스 입장에선 영국이 EU가 제시하는 금액보다 적게 내면 자신들이 그 구멍을 메울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다.


반면 영국 입장에선 브렉시트 찬성 진영이 EU에 갖다 주는 엄청난 돈을 재정난에 허덕이는 국민보건서비스(NHS)로 돌리겠다고 캠페인을 벌였던 까닭에 국민들 사이에 가장 예민한 이슈로 부상한 상태다.


EU 측은 2014~2020년 EU 예산계획 확정 당시 영국이 "구체적으로" 약속했던 분담금을 포함해 이혼합의금으로 600억유로(약 72조원)를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EU 기관에서 일하는 영국인 직원들의 퇴직금 등이 포함된다.


반면 메이 총리는 영국민이 "엄청난 금액"을 계속 내려고 브렉시트에 투표한 게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메이 총리가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는 동안엔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2019년 3월까지 영국이 EU 회원국으로 잔류하는 가운데 영국이 그간 매년 약 18조원(실지급금)을 내온 점을 고려하면 2019년까지 총 40조원 가까운 돈은 부담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 경우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만, 영국 측은 합의금 수치와 관련한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