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구절벽'이 투자 망친다?…미국·영국은 오히려 활기
‘인구절벽’이라는 말이 투자자 사이에서 경제 위기의 징조처럼 떠돌고 있다. 경제활동 인구가 줄어듦에 따라 주식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시장이 붕괴할 거라는 예측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서 이런 비관적 예측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구가 줄어든 뒤 장기 불황을 겪은 나라는 일본뿐이며 영국 미국 독일 등은 인구가 줄었어도 경제 규모가 대체로 커졌다는 것. 한국의 인구가 급감하고 있지만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피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세계 각국의 자산시장 추이, 일본 경제의 붕괴 과정, 한국의 인구변동과 자산시장 변화 간의 관계, 현재 국내 자산시장의 상황 등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맞은 미국이 인구절벽 가설과는 정반대의 상황을 보이는 데 주목한다. 생산활동인구가 줄었지만 미국 경제는 활력이 돌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신장세에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스페인의 자산시장을 비교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저자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생산활동인구가 줄었지만 영국은 자산시장 규모가 커졌고 스페인은 줄었다. 자산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는 인구 외에도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일본 자산시장은 왜 붕괴했을까.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버블이 꺼진 측면도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한국이 이런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낮다. 그는 “단언컨대 한국 자산시장은 저평가돼 있다”며 “인구 감소나 버블의 영향으로 한국 자산시장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현재 한국 인구 특성이나 자산시장 특성으로 봐도 은퇴 세대는 시장을 떠받칠 세력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시장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투자할지도 조언한다. 한 번에 큰돈을 벌어 벼락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건 아니다. 대신 저금리 시대에도 가능한 복리투자의 방법, 자산시장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위험을 분산하는 포트폴리오 투자의 요령 등을 알려준다.

저자는 “한국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미국 국채를 조금이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게 좋다”며 “그렇게 해야 장기 투자의 성과도 좋을 뿐만 아니라 2008년이나 1997년 같은 금융위기 때에도 플러스 성과를 기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