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덕에 1분기 투자유치 역대 최고…갤럭시노트7 탓에 성장세 꺾여

동남아시아 대표 신흥국가인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 기업, 특히 삼성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삼성이 '큰손'으로 떠오르며 외국인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또 삼성 휴대전화 영업실적에 따라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춤춘다.

30일 베트남 외국인투자청(FI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 유치액은 77억1천만 달러(8조5천897억 원)로 작년 동기보다 91.5%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국은 71개국으로, 이중 한국의 투자액이 전체의 48.5%인 37억4천만 달러(4조1천674억 원)를 차지해 독보적이었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월 베트남 공장 증설을 위해 25억 달러(2조7천857억 원)의 추가 투자를 확정한 데 힘입은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베트남 생산시설 투자규모가 2015년 10억 달러(1조1천143억 원)에서 40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이번에 65억 달러(7조2천429억 원)로 확대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4년 말 베트남 북부 박닌 성에 있는 삼성전자 제1휴대전화 공장의 잔여부지에 생산시설을 착공, 그다음 해부터 부분 가동하고 있다.

베트남 지방정부들은 경쟁적으로 외국인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한국에는 "1위 투자국 자리를 지켜달라", 일본에는 "최대 투자자가 돼 달라"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대외 의존적인 경제 구조를 가진 베트남에는 외국인투자와 수출이 성장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베트남 경제의 성장세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여파로 한풀 꺾이는 일이 벌어졌다.

올해 1분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작년 동기 대비 5.1%로, 작년 4분기 6.2%를 크게 밑돌며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의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2곳이 발화 사고가 일어난 갤럭시노트7의 생산을 중단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베트남의 전체 휴대전화와 부품 수출이 10.7% 감소하는 것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이 추세로 가면 올해 베트남 정부의 성장률 목표치 6.7%를 달성하기 어렵다.

삼성전자가 29일 공개한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과 갤럭시S8플러스의 향후 판매 실적이 베트남 경제 변수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이 총 휴대전화 생산 물량의 40∼50%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 베트남법인의 수출액은 399억 달러(44조4천605억 원)로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2.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베트남으로서는 삼성의 영업 호조에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임충현 대한상공회의소 베트남사무소장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는 베트남의 외국인투자와 수출 의존도가 심해지고 한국 기업들의 현지 경제 비중도 커지고 있다"면서 "베트남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려면 투자와 경영 환경 개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