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경선대회에 1위를 차지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권 경선대회에 1위를 차지한 뒤 손을 들어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대전에서 열린 충청권 경선에서 47.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7일 호남에서 60.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충청에서도 승리해 대세론을 굳힌 양상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충청 경선에서 투표소 투표와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 현장 대의원 투표 등을 합해 6만645표(47.8%)를 얻어 4만6556표(36.7%)를 획득한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1만9402표·15.3%)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이로써 문 전 대표는 두 차례 경선에서 총 20만2988표(55.9%)를 얻었고, 안 지사는 9만3771표(25.8%), 이 시장은 6만5248표(18.0%)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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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경선에서 승리한 뒤 기자들과 만나 “호남 경선에 이어 다시 한번 크게 이겨서 기쁘다”며 “충청의 아주 좋은 후보가 있는데도 정권교체란 큰 대의를 위해 저를 선택해주신 것에 깊이 감사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경선 승리로 경선 흥행을 우려하는 지적에는 “정권교체 이후에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려면 압도적인 대선 승리가 필요하고 그 힘은 압도적 경선 승리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도 이번 대결에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회장에 들어가기 앞서 “제가 한 표라도 이기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충청에서는 안 지사가 1등 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했을 정도로 안 지사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홈그라운드’의 이점도 ‘문재인 대세론’을 넘진 못했다. 문 전 대표 캠프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들과의 격차를 워낙 크게 벌렸기 때문에 낙담한 다른 후보 지지층이 대세론에 편승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조직력의 열세도 안 지사와 이 시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문 전 대표가 안 지사가 강한 충남 지역을 제외한 대전·충북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연설에서 “자신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절박함을 호소한 것도 충청 민심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안 지사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면서 그를 ‘차차기 대권 후보’ 프레임에 가둬둔 것도 승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역전의 기회를 노린 안 지사 캠프 측은 개표 결과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표에 앞서 “제가 이기지 않겠느냐”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 안 지사도 생각보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들고 당황한 기색이었다. 노란색 스카프를 두르고 안 지사를 연호하던 지지층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안 지사와 문 전 대표 간 격차는 9만5128표에서 10만9217표로 더 커졌다.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은 3부 능선을 넘었다. 이변 없이 흘러가면서 결선투표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음 경선은 영남지역(31일)과 수도권, 강원, 제주지역(4월3일)이다. 3차 경선이 열리는 영남은 문 전 대표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안 지사는 “2위와 3위의 득표율이 50%를 넘은 것은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본다”며 “수도권에 60% 이상의 유권자가 남아 있기 때문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도전에 최선을 다해 승리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안 지사는 “바둑은 흑을 잡으나 백을 잡으나 똑같은 바둑이다. 승자든 패자든 중요하지 않다”며 “진보와 보수의 낡은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국민에게 깊이 있게 널리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영남까지 합치면 2위로 확실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며 “수도권에서는 확실히 과반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전=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