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종목은 결혼상대자 고르듯 해야…연봉보다 통장이 중요"
헤지펀드업계의 ‘스타’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유경PSG자산운용의 ‘유경PSG헤리티지밸류’펀드의 설정(2015년 12월1일) 후 수익률은 9.12%, 1년 수익률은 7.23%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73%, 코스닥지수가 -8.2%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다.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팀장(사진)은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꾸준히 쌓을 수 있는 종목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종목을 고를 때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재무제표다. 자산과 부채, 자본 등 재무구조가 담겨 있는 대차대조표를 가장 중시한다. 이어 현금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금흐름표와 배당성향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자본변동표를 본다. 여의도의 많은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먼저 보는 손익계산서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장 팀장은 “투자할 종목은 연애가 아니라 결혼 상대자를 고르듯 해야 한다”며 “연봉만 볼 게 아니라 통장도 봐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손익계산서는 장 팀장이 말하는 기업의 ‘연봉’이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회사의 성장성은 알 수 있지만 내실까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속사정을 보려면 회사의 ‘통장’, 즉 대차대조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장 팀장은 “손익계산서는 굉장히 현란한 재무제표여서 성장률이 높으면 다른 단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대차대조표나 현금흐름표 등을 통해 이익 증가율이 높지 않더라도 꾸준히 수익을 내주는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기준으로 고른 삼진제약, 경동가스 등이 펀드 수익률에 크게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유경의 헤지펀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삼성전자를 한 주도 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해 우수한 성과를 낸 주식형펀드는 대부분 삼성전자를 시장 비중만큼 담고 있었다. 대형주 장세에서 삼성전자 없이 시장 수익률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비결은 특정 종목 기여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 펀드에는 약 80~90개 종목이 있다. 한 종목당 편입비율 2%를 넘기지 않는 게 목표다.

이런 투자철학은 장 팀장의 이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가치주 명가’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펀드매니저로서 첫 출발을 했다. 회계사 자격증을 따 삼정KPMG 회계법인 M&A본부로 자리를 옮겨 1년여간 웅진코웨이 인수 등 각종 거래의 실사를 담당했다. 이후 다시 밸류운용으로 돌아왔다가 2015년 10월부터 유경PSG자산운용의 헤지펀드팀을 이끌고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