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주식이다] 매출·영업이익만 보면 '하수'…5대 핵심 재무제표 샅샅이 훑어라
최준철·김민국 VIP투자자문 공동대표는 2001년 증권사들이 출간한 상장사 편람에 파묻혀 며칠을 보냈다. 수천개에 달하는 상장사 가운데 의류업체인 한섬 재무제표가 두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현금 창출력과 재무구조가 뛰어났음에도 주가이익비율(PER=시가총액÷순이익)은 3배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들은 당시 2000원가량이던 이 회사 주식을 쓸어담아 상당수를 8000~1만원에 처분했다.

이처럼 기업 재무제표를 한장 한장 들춰 ‘보물’을 찾는 투자 고수들이 의외로 많다. 개인투자자도 재무제표를 제대로 읽어내면 우량주를 선별할 수 있다. 각 상장사의 재무제표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검색할 수 있는 만큼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도 없다. 전문가들은 재무제표에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투자활동 현금흐름, 부채비율, 현금성자산, 자회사 실적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돈 흐름’ 어떻게 보나

[이제 다시 주식이다] 매출·영업이익만 보면 '하수'…5대 핵심 재무제표 샅샅이 훑어라
상장사는 투자자를 위해 회사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담긴 재무제표를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다.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 주석 등으로 구성된 재무제표는 상장사가 공시한 △분기보고서 △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에 첨부돼 있다.

투자자들은 손익계산서에 담긴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등에만 관심을 쏟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금흐름표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투자활동 현금흐름, 재무활동 현금흐름으로 구성된 현금흐름표는 손익계산서로는 포착할 수 없는 기업의 ‘돈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업이 물건을 외상으로 팔면 영업이익·순이익이 증가하지만 회사 금고로 들어오는 현금은 없다. 현금흐름표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항목은 회사가 영업으로 현금을 얼마나 벌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면 상관없지만 2~3년 연속 마이너스라면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는 대우조선해양도 2012~2015년 4년 연속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설비투자에 얼마만큼의 현금을 썼는지는 투자활동 현금흐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설비와 부동산을 사들이는 기업은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기록된다. 반면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것은 부동산과 설비를 비롯한 영업 수단을 매각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신호로 해석된다. 청산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은 2012~2015년 4년 연속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였다. 빚을 갚기 위해 선박을 비롯한 자산을 처분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인 동시에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상장사에 높은 점수를 준다. 영업으로 창출한 현금을 재원으로 성장을 위한 설비 투자에 나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가장 컸던 상장사는 삼성전자(47조3856억원) 한국전력(16조5206억원) SK(9조1107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같은 기간 투자활동 현금흐름의 마이너스 폭도 상장사 가운데 가장 컸다.

◆‘재무구조 우량주’ 어떻게 뽑나

[이제 다시 주식이다] 매출·영업이익만 보면 '하수'…5대 핵심 재무제표 샅샅이 훑어라
장기 투자자들은 재무구조 우량주를 ‘톱픽(최선호주)’으로 꼽는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재무구조 우량주를 10년 이상 보유하는 장기 투자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타인 자본)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적정 부채비율 수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금융당국은 ‘부채비율 200%’를 웃돌면 재무구조 안정성이 흔들린다고 본다.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2014년 913.1%에서 2015년 1055.1%까지 치솟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업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종목은 동서(10.2%) 고려아연(13.1%) 강원랜드(23.1%) 등이었다.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기업의 상당수는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014년 말과 비교해 62.2%포인트 낮아진 포스코대우는 지난해 주가가 70.89%, 부채비율이 40.5%포인트 하락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6.27% 상승했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 등도 핵심 지표로 꼽힌다. 현금이 넉넉하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우려가 없고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 28일 시가총액 대비 운용 가능한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자산-총차입금) 비중이 높은 상장사(시가총액 100위 기준, 금융회사 제외)는 KT&G(17.3%) 엔씨소프트(13.1%) 네이버(10.5%) 삼성전자(8.5%) 한샘(6.0%)으로 집계됐다.

◆숨은 캐시카우·부실 짚으려면

기업의 숨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와 부실도 주가를 움직인다. 이를 찾으려면 재무제표의 주석에 담긴 종속회사 실적을 봐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 자회사인 두산밥캣은 2014년에 2802억원, 2015년에는 38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두산밥캣 실적이 나날이 좋아지자 기업공개(IPO)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많았다. 이 회사는 예상대로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고, 이 과정에서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매각한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도 지난해 100.45% 올랐다. 이처럼 우량한 비상장 자회사를 둔 종목은 자회사 IPO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부실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은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 GS글로벌의 자회사인 GS엔텍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매년 순손실을 기록했고 재무구조도 2015년 말 909.8%까지 치솟았다. 업계에서는 GS글로벌이 GS엔텍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GS글로벌은 GS엔텍 지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5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했다. 이 회사 주가는 유상증자 여파로 지난해 42.15%나 하락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