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LG전자에서 나오는 가전제품은 똑같은 모델이라도 다르게 작동한다. 사용자의 습관에 맞춰 가전기기가 스스로 기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딥러닝 인공지능(AI) 솔루션인 딥씽큐(deep thinQ)가 속속 적용되고 있어서다. 가전 분야에선 세계 어떤 업체보다 빠르다. 2012년부터 연구해온 AI의 가전제품 적용이 결실을 보고 있다.
LG전자, 똑똑해진 'AI 가전시대' 연다
◆스스로 배우는 냉장고, 세탁기

29일 LG전자는 디오스 냉장고와 트롬 세탁기, 로봇청소기 로보킹 터보플러스 신제품을 내놨다. 지난 1월 공개한 휘센 듀얼 에어컨에 이어 딥러닝 AI를 적용한 제품들이다. 이들 제품은 짧게는 1~2일, 길게는 1주일 이상 사용자의 사용 패턴을 파악해 스스로를 최적화한다.

디오스 냉장고는 사용자가 자주 냉장고 문을 여는 시간과 설치된 장소의 습도 및 온도를 파악한다. 사용자가 냉장고 문을 거의 열지 않는 시간에는 알아서 절전 모드로 작동해 전력을 아낀다. 온도와 습도가 높아지면 알아서 제균 기능을 최대로 높인 ‘파워 모드’로 들어간다.

트롬 세탁기는 미리 파악한 날씨 정보에 맞춰 필요한 옵션을 추가한다. 습한 날씨에는 탈수 기능을 강화하고 미세먼지가 많으면 헹굼 시간을 늘린다. 고객이 자주 적용하는 세탁 옵션은 기억했다가 날씨 정보와 부합하는 날에 추천한다.

로보킹 터보플러스는 물체의 성질을 스스로 파악한다. 똑같은 높이라도 사람의 손등이면 돌아서 가고 문턱이면 넘어간다. 작년에 산 제품이라도 스마트폰으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딥러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1월에 나온 휘센 듀얼 에어컨은 사용자가 자주 활동하는 공간을 학습해 그쪽으로 더 많은 냉기를 보내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공간에는 냉기를 보내지 않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디오스 냉장고가 390만원, 로보킹 터보플러스가 109만원이며 트롬 세탁기는 미정이다.

◆“올해는 AI 가전의 원년”

LG전자 연구원들은 딥러닝 AI를 적용할 가전의 기능을 세심하게 선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사용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며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관련 조직도 강화했다. 흩어져 있던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및 로봇 관련 조직을 통합해 H&A스마트솔루션BD(business division)를 신설했다. AI 가전과 로봇을 통합해 연구하기 위해서다. H&A 제어연구소에는 딥러닝과 음성인식 등 AI 연구를 전담하는 팀도 신설했다. 이 같은 준비를 바탕으로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은 올해를 ‘AI 가전의 원년’으로 선언했다. 모든 제품에 인터넷 기능을 적용하고 AI를 적용한 가전제품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사후서비스(AS)와 공정시스템까지 AI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제품 고장 사례를 데이터로 축적한 뒤 딥러닝 AI로 분석해 가장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올해부터 도입했다. 불량 제품이 제조되는 상황을 공장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막아 불량률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딥러닝 AI도 생산기술원에서 연구하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