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 채권단에 컨소시엄 구성안(자금계획서)을 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안을 내지 않고 우선매수권을 정해진 기간 안에 행사하지 않으면 인수할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소송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 회장은 29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채권단에 자금계획서를 제출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산업은행 최후통첩에…"컨소시엄안 안 낸다" 못 박은 박삼구
박 회장은 “채권단은 컨소시엄 허용 안건을 부결한 이유가 이미 우선협상자에게 (우선매수권자의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확약서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며 “그래놓고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금계획서를 내라는 건 가짜 아니냐”고 반문했다.

산업은행은 30일 박 회장에게 다음달 19일까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통보한다.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 컨소시엄을 구성하려면 자금계획서를 먼저 제출하라고도 공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은 이날 산업은행에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겠다는 것은 컨소시엄 허용을 수락한다는 것으로 봐도 되느냐’ ‘재논의할 경우 더블스타로 보낸 확약서는 취소하는 것이냐’고 질의했다.

현재로서는 박 회장 측이 채권단에 매각 중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전이 되면 매각 작업은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을 불허하는 방식의 대응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 상표권은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이 함께 소유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인수자가 금호 상표권을 쓰려면 금호산업과 금호석유화학의 허가가 필요하다. 박 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금호석유화학 측이 허가해도 박 회장이 불허하면 상표권 사용에 문제가 생긴다. 이 경우 더블스타 측도 채권단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더블스타가 제시한 인수 가격(9549억8100만원)에는 금호타이어 브랜드 가치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지은/김일규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