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장은 “업역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리발주야말로 부실공사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류재선 한국전기공사협회장은 “업역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분리발주야말로 부실공사를 막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국내 전기공사 업계는 ‘통합발주’와 전쟁 중이다. 통합발주란 발주자가 건축물 등을 지을때 전기공사를 따로 발주하지 않고 대형 건설사(종합건설사)에게 전체 공사를 맡기는 것을 말한다. 전기공사업법에 따르면 공사 성질상 분리발주가 불가능하거나 긴급을 요하는 공사,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기밀유지가 필요한 공사 등을 제외하면 분리발주가 의무화돼 있다. 건축공사와 토목공사처럼 전기공사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국가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발주자가 대형 건설사에게 공사를 전부 맡기면(통합발주를 하면) 전기공사업체는 하도업체로 전락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분리발주에 비해 낙찰자가 절반 가까이로 떨어지면서 전기공사의 부실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 분리발주 모니터링팀 신설

지난 2월 제25대 한국전기공사협회장으로 당선된 류재선 회장은 28일 “분리발주제도 정착을 위해 주요 공사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공정한 입찰경쟁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발주자와 상시 소통하고 깨끗한 입찰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류 회장은 “분리발주를 막기 위한 방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며 “대형 주택공사들은 분리발주를 피할 요량으로 공법에 대한 기술제한을 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협회 내 신설된 모니터링 부서는 통합발주 입찰 여부를 살피고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가령 통합발주로 진행되려는 입찰 건이 있으면 공고가 나기 전에 협회가 나서서 분리발주 형태로 입찰 형식이 개선되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류 회장은 “전기공사는 전문가인 전기공사업체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캠페인을 벌여 발주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 영세업체 우대방안 마련

협회는 지난 해 전기공사 총 실적액이 24조50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전년에 비해 약 9000억원 증가했다. 실적이 늘어나는 만큼 협회의 고민도 늘었다. 류 회장은 “1만5000개 회원사 중 연 매출이 10억원이 안 되는 곳이 60~70%인데 반해 일부 회원사는 공사 1건으로 수 억을 가져간다”며 “양극화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 협회의 새로운 고민”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대형 전기공사업체가 중소 전기공사업체와 함께 공사를 진행하도록 유도하거나 공사가 진행되는 곳의 현지 업체를 우대해 불균형을 줄일 방침이다. 류 회장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매출이 적은 회원사의 회비도 서서히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 “업계 새로운 먹거리 찾겠다”

협회는 최근 ‘신성장 사업처’를 신설했다. 류 회장은 “건설경기가 주춤해짐에 따라 전기공사업계도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며 “태양광을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 등을 공략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전기공사 업체들이 독자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국내 대형건설업체와 동반 진출하는 방안도 지원하기로 했다.

불합리한 제도 개선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류 회장은 “안전사고가 발생해 성실히 산재 신고를 한 업체가 이를 숨긴 업체에 비해 오히려 입찰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고 규제를 철폐해야 전기공사업체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상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