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일본 펀드와 29일 도시바 반도체 입찰
SK하이닉스가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에 일본 재무적투자자(FI)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훙하이그룹과의 공동 응찰은 일본 정부의 거부감 등으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입찰은 29일 낮 12시 마감된다.

전자업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도시바의 반도체부문 매각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내기로 하고 일본 금융회사, 사모펀드 등과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 중이다. 이 작업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이끌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박 사장은 인수합병(M&A) 전문가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주도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등기이사로 재임했으며 올해부터 SK텔레콤 사장과 SK하이닉스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애초 SK(주) 주주인 훙하이와 공동 응찰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 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중국, 대만 기업에 부정적 시각을 내비치면서 일본계 펀드와 함께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일본 경제주간지 현대비즈니스는 경제산업성 간부가 “샤프는 훙하이의 인수를 허용했지만 도시바는 전혀 다른 물건이다. 훙하이 등에 팔지 않고 애플 등 미국 기업에 넘기고 싶다”고 밝혔다고 지난 4일 보도했다.

도시바는 당초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지분 19.9%를 매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2월3일 마감한 1차 입찰 때 예상보다 적은 다섯 곳가량만 응찰하자 매각 대상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려 재입찰을 받고 있다. 가격만 맞으면 100%를 팔 수도 있다는 태도여서 인수가가 1조5000억~2조엔(약 15조~20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인수 후보로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 웨스턴디지털·마이크론테크놀로지, 대만 훙하이, 중국 칭화유니 등이 꼽히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응찰하려는 곳이 10곳을 넘는다”고 28일 보도했다. 또 중국 등에 대한 기술 유출 경계감이 고조되며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이 도시바 인수 기업에 출자하는 방안도 거론돼왔다.

한편 인수 후보 중 한 곳인 칭화유니그룹은 1500억위안(약 24조원)을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개발은행과 국영 반도체펀드로부터 조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김현석/임도원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