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뒤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28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당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뒤 당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바른정당이 28일 19대 대통령 후보로 유승민 의원을 선출했다. 유 후보는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에서 3만6593표(62.9%)의 지지를 얻어 2만1625표(37.1%)에 그친 남경필 경기지사를 여유있게 제쳤다. 당원·대의원 투표에서 1만1673표(66.8%)로 남 지사를 압도했고, 국민 여론조사(63%)와 국민 정책평가단 투표(59.8%)에서도 낙승을 거뒀다.

유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전직 대통령과 일부 세력 때문에 보수 전체가 매도당해서는 안 된다”며 “이 땅의 보수를 새로 세우는데 앞장서겠다.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5월9일 기필코 감동의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 내겠다”며 “대통령이 되면 경제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구조개혁을 하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4개 교섭단체 가운데 가장 일찍 후보를 정했지만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만만치 않다. 낮은 당과 후보 지지율은 당면과제다. 지지율이 워낙 낮다보니 유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비문(비문재인)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유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3%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당 지지율도 5% 안팎이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층 결집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기대했으나 여전히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고전하고 있다. 당은 가장 빨리 후보를 확정해 컨벤션 효과를 노리고 있으나 보수층이 유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당의 정체성이 도마에 오르는 등 지지 기반, 지지층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후보 단일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위기에 빠진 여권은 후보 단일화 없이는 승산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자유한국당과의 1차 단일화 후 국민의당과 2차 단일화를 추진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유 후보는 이날 보수후보 단일화에 대해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여권에서 가장 먼저 보수 후보 단일화를 주장했던 유 후보는 선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에 대한 원칙을 제시했다. 한국당에 대해선 “개혁적 보수의 길에 동의하고, 박 전 대통령을 팔아서 권력을 누렸던 분들은 인적청산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당 유력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에 대해선 “홍 지사는 1심 징역형,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사드 배치에 대해 당론으로 반대하고, 박지원 대표는 대북송금사건에 연루된 분”이라며 “안보, 대북관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단일화 무산 시 완주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난관이 많다. 낮은 지지율 때문에 유 후보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유 후보 지지율은 홍 지사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 후보가 완주하지 못한다면 바른정당은 대선 정국에서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당과의 단일화는 새누리당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 유승민 후보 약력

△1958년 대구 출생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경제학 박사(미국 위스콘신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17~20대 국회의원(대구 동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