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로봇 기술자
SF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워낙 다작으로 유명하다. 평생 500권이 넘는 공상 과학책을 펴냈다. 하지만 아시모프의 걸작은 역시 ‘아이 로봇’ 등 로봇 소설이다. 그가 만들어낸 로봇 삼원칙은 로봇 관련 업종에선 주요한 덕목이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고,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며, 한편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삼원칙은 물론 로봇에 건네는 철칙이 아니다. 로봇 설계자와 제작자 운영자들이 알아야 할 원칙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제정한 로봇 관련 결의안도 이런 아시모프의 원칙에서 출발했다.

정작 아시모프는 모든 인간이 자신이 만난 모든 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설계대로 움직이지 않는 인공지능(AI) 로봇이 나오면 큰 일이다. 해킹 등이 한층 쉬워진다. 오직 로봇 설계자만이 그 로봇에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EU 결의안에서도 로봇 소프트웨어가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다시 프로그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위험한 로봇의 작동을 멈추게 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를 로봇 설계자만이 알 수 있게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래서 로봇이 발전하면 할수록 로봇 설계는 복잡해지고 고차원의 설계자가 필요해진다. 로봇의 작동을 통제하고 중지시킬 수 있는 인력이 갈수록 필요하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엔 더욱 그렇다. AI 로봇 설계자와 수리자가 장래 가장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이유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로봇이나 빅데이터 등 6개 분야에서 17개 국가기술자격증을 신설했다는 소식이다. 로봇기구 개발이나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 로봇 제어하드웨어 개발 관련 기술자격증을 만들었다. 지능형 로봇 신규 인력 수요가 3년 후인 2020년에는 1만1900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3D 프린팅에 대해서도 전문 운용사 자격증이 생겨났고 빅데이터 분석 관련 기술 자격도 만들어졌다. 물론 5년 전에는 상상도 못 할 직종들이다.

4년 전 출간된 미래학 서적에는 3D 프린팅 개발자가 2020년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지금 자격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대신 고용노동부는 시계수리나 담배제조 직종은 자격증에서 제외했다. 워낙 자격증을 따려는 수요가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년 후 일자리 60%는 아직 탄생하지 않았다는 어느 미래학자의 말도 있다. 지금 우리는 이런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