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전자 의료 등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 테이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윤소라 유아이 대표가 전자 의료 등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특수 테이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17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섬유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으로 1년 만에 망했다. 회사를 정리한 뒤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으나 ‘사업병’이 다시 도졌다. 이번엔 잘할 자신이 있었다. 윤소라 대표는 가족에게도 비밀로 하면서 재창업 준비를 했고, 마흔네 살이던 2006년 산업용 테이프 제조업체 유아이를 설립했다. 3M 등 글로벌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용 테이프 시장에서 유아이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업계에서 리더십을 인정받아 그는 최근 제10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에 취임했다.

기술력으로 틈새시장 공략

산업용 테이프는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건축 의료 선박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쓰이는 특수 테이프다. 부품을 고정해주는 것을 비롯해 충격 완화, 빛 차단, 절연, 전기 공급, 발열 차단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각 소재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산업의 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윤 대표는 설명했다.

산업용 테이프 국산화 일군 '여성벤처 리더'
윤 대표는 “재창업 전에 근무한 곳이 전자부품 제조업체였는데 산업용 테이프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 제조업에 뛰어들었다”며 “창업에 한 번 실패했던 경험도 큰 자산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유아이 설립 직후엔 무역업부터 시작했다. 자동차유리 필름 분야의 세계적 회사인 일본 세이스키사를 찾아가 LCD(액정표시장치) 분야의 한국 진출을 제안하고 제휴를 이끌어냈다. 3년 뒤엔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과 제조 기반을 마련해 홀로서기를 했다.

유아이 제품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등 전자 대기업의 2, 3차 협력사에 쓰인다. 테이프 종류만 100여개가 넘으며 다품종 소량 생산이 특징이다. 주문량이 적어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 리콜한 갤럭시노트7 영향으로 물량이 많이 줄었으나 올해는 수출에 주력해 빈 자리를 메운다는 전략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공략하고 해외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제품을 알리고 있다. 공급처도 전자 분야에서 자동차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예상 매출은 230억원이다.

“여성기업 지원에 총력”

유아이는 조만간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옥을 지어 이전한다. 윤 대표는 “사옥의 한 개 층을 여성기업에 싸게 임대하거나 여성기업인을 위한 통합보육센터를 운영해 적극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을 돕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철저한 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회사가 망했을 때의 대책까지 세운 다음에 창업해야 한다”며 “여성은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겪으며 시야가 넓어지고 한층 성숙해지는데 기업의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벤처협회 회원사는 1200여개. 윤 대표는 2018년까지 회원사를 2000여개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가 성장하다 보면 급하게 자금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신용보증기금 등과 손잡고 저리로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재교육을 통해 여성기업인들이 기업가정신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그는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면 좋을 것”이라며 “협회를 사업 애환과 ‘자매애’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