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시발비용'은 얼마입니까?
“매일 직장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퇴근 후 ‘시발비용’으로 술을 마셨어요. 반년 새 몸무게가 10㎏이나 불어나 다시 시발비용을 들여 헬스장을 등록했어요.”

2년차 직장인인 이모씨(29)는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 같은 게시물을 올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발비용이란 신조어가 직장인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욕을 뜻하는 비속어에 ‘비용’을 합친 이 단어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뜻한다.

27일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SNS에서 시발비용을 언급한 게시물은 1만9774건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한 누리꾼이 만든 이 신조어는 SNS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누리꾼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홧김에 시킨 치킨 값’과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탄 택시비’ 등을 예시로 들고 있다.

직장인 김동욱 씨(31)는 “한 달에 모바일 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수십만원을 쓴다”며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는 시발비용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박모씨(26)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꾸 밤에 야식을 시켜먹으며 시발비용을 쓰게 된다”고 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이 열심히 저축해도 집 한 채 사기 힘든 현실에 좌절하고 있다”며 “당장의 소비를 통해 현실의 어려움에서 도피하려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