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하고 부츠도 받았어요.” >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존 람을 1홀 차로 누르고 우승한 뒤 부상으로 받은 카우보이 부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 “우승하고 부츠도 받았어요.” > 남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이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CC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매치플레이 결승전에서 존 람을 1홀 차로 누르고 우승한 뒤 부상으로 받은 카우보이 부츠를 들어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매치플레이(총상금 975만달러·약 108억원)가 열린 27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오스틴CC(파72·7169야드). 결승전 18번홀(파4) 그린 옆 러프에서 스페인 출신 신예 존 람이 신중하게 24m짜리 어프로치샷을 준비했다. 어드레스 자세를 하던 찰나 관중석 쪽에서 ‘퍽’하는 소리가 났다. 람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스윙했고 공은 컵에 한참 못 미치는 곳에 멈춰섰다. 람은 낙심한 듯 고개를 떨궜다. 갤러리 한 명이 무심코 낸 간이화장실 문 소리에 방해를 받은 것이다.

람은 세계 최강 더스틴 존슨(미국)에게 맞서 1타 차까지 따라잡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18번홀에서 터져나온 어프로치 실수 탓에 결국 우승을 내줬다.

이날 준결승전에서 일본의 베테랑 골퍼 다니하라 히데토를 꺾은 뒤 결승에 오른 존슨은 초반에 람을 압도했다. 3번홀(파4)부터 6번홀(파5)까지 파-파-버디-버디를 기록한 존슨은 보기-보기-파-파를 기록한 람을 4홀 차로 앞서 나갔다. 람은 경기 초반 퍼팅 난조를 보이며 자멸하는 듯했다.

후반 들어선 람이 반격에 나서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8번홀(파4)까지 5홀 차로 뒤진 람은 9번홀(파4)과 10번홀(파4)에서 연속으로 버디를 낚았고, 13번(파4)과 15번홀(파4), 16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으며 존슨을 1홀 차로 따라잡았다. 특히 317야드짜리 13번홀에서 람은 자신감과 배짱을 보여줬다. 존슨이 안전하게 티샷을 하며 2온 공략을 하는 걸 확인한 뒤 드라이버를 잡고 티샷을 한 것. 공은 워터 해저드를 가로질러 그린까지 한 번에 날아갔다. 결국 그는 이곳에서 버디를 잡아 존슨과의 격차를 줄였다.

하지만 람이 견고한 존슨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존슨은 흔들림 없이 17번홀(파4)과 18번홀(파4)에서 파-파를 기록하며, 역시 파-파를 기록한 람의 추격을 따돌렸다.

이전까지 WGC 시리즈 대회에서 통산 4승을 거둔 존슨은 이번 매치플레이에서 처음 우승하며 한 해 4개 대회가 열리는 WGC 시리즈를 석권했다. HSBC 챔피언십이 WGC 시리즈에 편입된 이후로 WGC 그랜드슬램을 이뤄낸 건 존슨이 최초다. 올 시즌 3승을 수확한 존슨은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굳혔고, 페덱스컵 순위까지 1위로 끌어올렸다.

존슨은 이날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체력적, 심리적으로 힘든 경기였다”며 “존 람이 너무 잘 쳐서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존슨을 끝까지 몰아세운 람은 지난해 PGA투어에 뛰어든 올해 23세의 신예 골퍼다. 그는 지난달 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에서 처음 우승하며 주목을 받았고 직전 대회인 WGC 멕시코 챔피언십에선 3위를 기록했다.

다니하라는 조별리그 첫날 세계 랭킹 6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잡는 ‘이변’을 연출한 데 이어 3, 4위 결정전에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빌 하스(미국)에게 2홀 차로 졌지만 7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하스를 마지막까지 압박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