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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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사드 보복과 관련한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그룹 내 보안 등급을 '관심'에서 '경계'로 두 단계 격상했다.

이미 롯데면세점 등이 디도스 공격을 받은데다 최근 중국 해커조직이 한국 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해킹을 예고한만큼 보안 대응을 더욱 철저히 하기 위해서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달 초 그룹 전체 보안 정책을 관장하는 정보보안위원회에서 보안 등급을 올리고 계열사에 이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롯데그룹은 정보보안위원회에서 보안 단계를 설정하면 각 계열사 정보보안 담당자들이 관련 단계에 따른 조치를 취하게 돼 있다.

보안 등급은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5단계로 평상시에는 '관심'으로 설정해 놓는다.

그러나 사드 부지 제공 이후 중국 내에서 반한, 반롯데 감정이 높아짐에 따라 최근 이 단계를 경계로 상향했다.

실제 지난 3일 롯데면세점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마비되는 등 우려할 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디도스 공격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에 반발하는 중국 측 사이버 보복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침해 사고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보안 장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했다"며 "내부로 유입되는 이상 접속 등이 있는지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중국 해커조직이 한국 사이트를 겨냥한 해킹 예고를 해온터라 보안에 각별히 더 신경쓰고 있다"며 "보안 단계가 경계 수준으로 강화된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 최대 해커조직인 '홍커연맹'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차원으로 한국 사이트를 함께 공격하자며 대규모 해킹을 예고했다.

홍커연맹은 지난 22일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한국을 무너뜨리고 국가를 수호하자"는 글을 올리며 한국 웹사이트 공격 시점은 오는 31일 오후 7시30분 이전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들은 "한국은 중국의 분명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구축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으로 강한 우려를 불러일으켰다"며 "미국과 한국에 사드 배치를 중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커연맹은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소속 미국 공군기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있는 중국 대사관을 폭격한 사건을 계기로 2000년 연맹을 결성했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 정부 홈페이지를 해킹해 중국 국가를 틀기도 했다.

롯데그룹 외 다른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현대백화점 등에서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감안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진 않고 있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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