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삼성重 만나 "대우조선 살리자" 설득한 임종룡
대우조선 옥포조선소 방문→경쟁사 사장 면담→지원안 발표
치밀한 구조조정 '집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지원 방안을 발표하기 전 경쟁사인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미리 지원 방향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 도산으로 조선업 생태계가 망가지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니라며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25일 조선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임 위원장은 이달 중순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을 만나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향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과 '빅2'가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3사가 공유하는 협력업체들도 무너져 선박 건조에 지장이 있을 뿐 아니라 생산 단가도 높아진다는 점을 이유로 들면서 "경쟁업체가 없어지면 긍정적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이 도산하면 은행들이 중소·중견 기자재 업체부터 여신 회수에 나서면서 협력업체가 어려워지고, 이 여파가 현대·삼성중공업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지난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대우조선이 도산하는 경우 1천300여개 협력업체가 연쇄 도산하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조선업 생태계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며 "대우조선의 문제는 대우조선만 아니라 조선업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간 경쟁사들은 대우조선이 저가 수주를 해 시장을 교란시켜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빅3'가 아니라 '빅2' 체제 적절하다는 점도 강조해왔다.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이 불거진 것은 이달 중순 즈음부터다.

그러나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 방안을 이달 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금 지원이 없을 경우 당장 다음 달 회사채 만기 때부터 대우조선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나온 시점이다.

임 위원장은 3·1절에 경남 거제에 있는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는 비공개 일정을 잡아 회사 현황과 자구안 이행 상황을 점검했다.

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고위 관료가 대상 기업을 직접 찾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구조조정 관련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실무자들과 함께 옥포조선소 야드를 둘러보고, 대우조선 임직원들을 만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금융위 내부에선 대우조선 처리 방안을 놓고 임 위원장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회사를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결정한 '구조조정 집도의'는 구조조정 당사자와 경쟁사, 정치권, 언론을 차례로 만난 이후 지난 23일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