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에도 좀체 살아나지 않던 국내 소비 체감지표가 두 달 연속 개선세를 보였다.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면서 그 온기가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막연한 기대감’에 그칠지, 수출 호조세가 지속돼 기업들의 생산 및 투자 확대→고용 증가→내수 소비 회복 등 선순환으로 나타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출 '봄바람' 불어오니 소비심리도 '기지개'
◆소비심리 반등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7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경기 상황에 대한 소비자 체감지표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전달보다 2.3포인트 상승했다. 2015년 10월(2.4포인트 상승) 이후 1년5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대통령 탄핵 정국 여파로 지난 1월(93.3) 소비자심리지수가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2개월 연속 반등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선(2003~2016년 장기평균치)인 100보다 클수록 소비심리가 낙관적이고, 100보다 작을수록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지표인 현재생활형편CSI도 전달보다 1포인트 올라 89를 기록했다. 생활형편전망CSI는 2포인트 상승한 95, 가계수입전망CSI는 1포인트 상승한 98로 나타났다. 6개월 후 경기전망을 판단하는 지표인 향후경기전망CSI는 7포인트 상승해 77을 기록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가 반등한 것은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박상우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최근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늘어났고, 불안정했던 정치도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 2월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어나는 등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까

국내 경기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고 있는 건 내수다. 수출과 생산, 투자는 다소 개선되고 있지만 소비는 상당히 부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데 이어 올 1월에는 전달보다 2.2% 감소했다. 2월에도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 14.6% 줄었다.

심리가 개선되면서 소비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도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자심리지수가 소폭 반등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너무 낮았던 경향이 있었고 여전히 기준선인 100 밑을 맴돌고 있다”며 “탄핵 정국이 마무리되면서 ‘경제가 지금보다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적 추세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 호조세가 소비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 증가→설비투자 증가→제조업 고용 증가→소비 증가’의 연결고리가 제대로 이어지려면 수출 회복세가 더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