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GO] '기억하겠다'던 시민들‥쓸쓸한 분향소
2017년 3월 23일. 세월호는 1073일 만에 물 위로 떠올랐습니다. 선체 구조는 온전한 편이었지만 온데 녹슬고, 긁히고,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참혹한 모습이었습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 다시 선 세월호 미수습자 유가족들은 "우리 애가 저기에 있다"며 흐느껴 울기도 했습니다.

세월호가 하루만에 이렇게 빠른 속도로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3년 간 수차례 인양이 연기됐고,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일러야 4월에나 가능하다던 '세월호 인양'. 침몰된지 1073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된지로는 13일 만에 거짓말처럼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및 검찰 수사로 쏠렸던 뉴스는 다시 세월호 소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TV와 온라인 방송,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실시간으로 세월호 인양 현장 상황을 전달합니다.

전국민의 눈이 세월호 인양 TV화면에 고정된 23일 오후 뉴스래빗은 희생자(사망 295명, 실종 9명)들의 넋을 기리는 광화문 광장 분향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한민국을 보다 안전한 사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던 시민들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줄지어 분향소를 찾을 시민 행렬을 상상했습니다.

[영상] '기억하겠다'던 사람들은 어디로


때마침 점심시간이라 광화문 네거리엔 행인이 가득했습니다. 며칠동안 극성이던 미세먼지도 물러간 맑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광화문 이순신 동상 바로 앞 세월호 분향소엔 정적만이 감돌았습니다.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약 3시간 동안 분향소를 들르는 시민은 단 4명이었습니다. 해맑게 웃는 수백명의 행인이 오가고, 광장 산책을 즐기는 직장인도 많았습니다.

뉴스래빗과 같은 기대로 취재진이 20여명 분향소에 나와 있었습니다. 하지만 분향소를 들르는 사람보다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 그리고 광장을 지키는 경찰 인력이 더 많았습니다.

이날 분향을 마친 한 중년 남성은 "아이들이 불쌍해 분향소에 왔다"며 연신 눈물을 닦았습니다. 1073일만에 물 위로 떠올랐던 세월호 인양날, 왠지 광화문 분향소는 더 쓸쓸해보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다음날이었던 11일 20차 촛불 집회까지 "세월호를 당장 인양하라"고 외쳤던 많은 시민들을 기억해 봅니다 !.!
[래빗GO] '기억하겠다'던 시민들‥쓸쓸한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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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 김민성, 연구 = 신세원 한경닷컴 기자 tpdnjs022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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