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제공 혐의 공소장의 적법성을 놓고 다시 맞붙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3일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다. 이 부회장은 ‘비선 실세’ 최순실 측에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혐의사실을 부인하면서 “특검이 사건과 무관한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SDI 신주인수권 문제 등을 공소장에 기재했다”며 “공소장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특검은 “이 사건의 주된 내용은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뇌물을 전했다는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과정 중 하나인 범죄 핵심 내용을 적은 것”이라고 맞섰다.

변호인 측은 “공소장에 이 부회장의 지시 행위 등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 있지 않다”며 “유죄라는 예단을 줄 만한 부분은 모두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특검은 “재판부가 선입견을 품거나 예단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은 담당 판사가 바뀐 이후 첫 재판이었다. 첫 공판준비기일을 맡았던 이영훈 부장판사의 장인이 최씨 부친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판부가 변경됐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에 △최씨 일가를 지원한 사실이 맞는지와 맞는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이 부회장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계를 알고 있었는지 등에 대한 답변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오는 31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연 뒤 다음달 5~6일부터 본격적인 심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