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보수계열 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가짜뉴스’를 양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WSJ는 ‘대통령의 신뢰성’이라는 23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삼고 있는 증거 없는 비방과 거짓 발언에 일침을 가하면서 “트럼프가 진실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미국인은 그를 가짜 대통령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사설은 “그가 북한 미사일이 하와이 인근 100마일 해상에 떨어졌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며 “전 세계의 누구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논란도 조목조목 따졌다.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대선 기간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캠프가 있던) 트럼프타워에 도청 장치를 설치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서다.

WSJ는 “이런 주장은 상대방에게 칼자루를 쥐여준 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의 러시아 내통 의혹부터 해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내통 의혹을 물타기하기 위해 도청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WSJ는 잘못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빈병에 술 취한 사람’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가장 큰 정치적 적은 자기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후보자 시절과 달리 대통령이 된 뒤에는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공화당 지지가 필요하다며 신뢰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