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트럼프 정부 통상정책' 세미나서…"中, WTO 규범·정신 위배소지 커"

안총기 외교부 제2차관은 23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관련해 "동북아에서 정치 안보적인 목적을 위해서 자기의 시장을 무기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차관은 이날 오후 외교부와 한국국제통상학회가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트럼프 신(新)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가지는 정무·경제·지정학적 함의' 세미나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차관은 "사드와 관련된 중국의 보복성 조치들은 분명히 세계무역기구(WTO) 규범과 정신에 위배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조치에 대한 위법성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동시에 중국과의 양자 관계 유지·발전 필요성도 고려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동아시아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그간의 '정냉경열'(政冷經熱·정치적으로 차갑고 경제적으로 뜨겁다)에서 "경제관계까지 영향을 받는 정냉경냉(政冷經冷)의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역임한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표부 대사 등 국내 통상 권위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트럼프 정부의 통상 정책과 우리의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주제인 미국의 통상정책뿐만 아니라 현재 뜨거운 통상 현안인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와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도 오갔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이 국제규범을 위반하기보다 준수하면서 한국에 사드 보복을 하고 있다며 "중국이 먼저 국제규범을 위반하면서 통상 보복을 하게 되면 미국으로부터 보복을 당할 때 쓸 카드가 없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WTO 규범 위반으로 대응하기보다) 안보 이슈를 가지고 그렇게 치졸하게 (보복)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키우면서 국제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기조가 주류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세미나에서는 중국이 현재 서방과 마찰을 빚고 있는 '시장경제지위'(MES) 인정 문제를 한국이 사드 보복에 대한 대응 카드로 쓸 여지도 거론됐다.

그러나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한국이 중국에 대해 시장경제지위 부여를 철회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충격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런 정치적 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kimhyoj@yna.co.kr